조일근/ 언론인

이낙연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경선에 실패해도 의원직을 내려놓겠단다. 보통은 경선에 실패하면 국회의원으로 돌아간다. 구정치 행태다. 구정치의 길에서 새정치의 길로 가겠다는 약속이다. 박수를 보낸다. 대선 주자로 키워달라는 용기 있는 정치인은 없는가

전남 도지사 경선 주자인 이낙연 의원(민주당,영광·함평·장성·담양)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뛰는 국회의원중 상당수가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다. 목적을 달성한 의원은 당연히 사퇴 처리가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퇴서를 되돌려 받는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을 누린다. 우리 정치권의 관행이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들에 특권을 부여한 법이요 관행이다.

이낙연 의원도 경선에 실패할 경우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를 마칠 수 있다. 물론 다음 총선에 출마, 다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의 사퇴는 정치권에서 전술적 카드로 써먹는 그런 사퇴가 아니다. ‘밑져야 본전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모든 특권의 포기다. 뿐만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큰 본래의 지역구에서 출마 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지사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형식적 사퇴는 더 이상 더 높은 곳으로 가는 전략적 카드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했다. 사퇴서를 반납하는 것도, 반납 받는 것도 모두 정치적 .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국회의원들의 꼼수. 머잖아 진정성 없는 의원직 사퇴는 정치권에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3, 혹은 구정치로 치부되는 정치권의 행태 가운데 한가지가 사라지는 결과다.

새 정치가 화두다. 이 의원은 버리기 힘든 구정치행태 가운데 하나를 과감히 버렸다. 많은 것을 잃더라도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4선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자기의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다. 기존 정치권이 관행적으로 누리는 과도한 모든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말로만 새 정치를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국민에게 보여주는 새정치를 하자는 제안이며 반성문이다. 박수를 보낸다.

국회의원에게는 많은 특권이 주어진다. 1천만 원이 훨씬 넘는 세비, 7명의 보좌진, 활동에 필요한 모든 경비가 주어진다. 비행기·KTX·선박을 무료 이용권 등 2백가지에 달한다. 엄청난 돈과 권력이 주어지는 것이다. 뿐인가. 65세가 넘으면 1백만 원이 넘는 연금도 주어진다. 이처럼 엄청난 특권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이 의원처럼 선거에 실패한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두어번 더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여건에서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결단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는 많은 의원들이 입으로만 사퇴한다. 호피(虎皮)는 욕심나지만 호랑이가 무서운 모양이다.

전남도지사 경선은 뽀짝거리는 박지원 의원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했다. 박 의원이 포기(die)한데 이어 이 의원이 이 한판에 다 걸었다(all in). 급격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약간 앞서가는 두 주자에 다른 두 주자가 추격하는 양상이 어떻게 변할까. 이 의원의 사퇴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일단 이 낙연 의원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주도권을 잡은 형국이다. 야전 경험이 풍부한 주 승용 의원과 이 석형 전함평군수의 대응책도 기대된다. 김 영록 의원이 캐스팅 보드가 될 것인가 등이 관전 포인트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지역을 떠나 국민적 관심을 모은다. 광역단체장이 대권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차세대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의 향방도 점칠 수 있다. 광주·전남의 주자들 가운데는 아직 차세대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광주시장이나 전남지사 출신도 대권주자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꿈과 의지가 있는 정치인 아쉽다. 지역민들도 그런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키우고 싶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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