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내각 총사퇴, 안전 시스템, 공직자들의 따뜻한 가슴을 주문한다

내일이면 열흘. 눈물, 한숨, 분노로 지샜다. 이전의 그것들과 다르다. 시간도 약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화가 더 치민다. 나에게. 우리에게. 위정자들에게. 어른인 것이 미안하다. 부끄럽다. 어른 값 못한 죄를 어찌할거나.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리, 정치인들에게 삿대질 하면 뭐하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

국내 대형 참사의 역사는 발생 원인에서 뒤처리까지 똑 같다. 부실 공사, 그 뒤에 도사린 공직자 부패, 부도덕, 구조 시스템 부재까지 똑 같다. 당국의 재발 방지 약속은 말 뿐. 그 때문에 참사는 그치지 않았다.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데도 구조 하지 못했다. 인명 피해를 키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비아냥거림이다. 그래도 고칠 것은 고쳐야 했다. 그런데 안 고쳤다. 안전 불감증이다.

개발 시대 이후 참사의 역사는 와우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7048. 33명이 죽고 40명이 다쳤다. 철근 70가닥을 넣어야 할 기둥에 5가닥만 넣었다. 931010일 서해 페리호가 부안 앞바다에서 뒤집혔다. 292명이 숨졌다. 정원초과다. 941021.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큰 다리(대교)중 하나인 성수 대교가 무너졌다. 틈새가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도 방관 했다. 무학여중생 9명 등 32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이듬해인 428일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로 학생 42명 등 101명이 사망, 45명이 다쳤다. 가스관이 파손된 30분 뒤 도시가스 회사에 신고 됐다. 신고 받은 도시가스 회사는 30분 뒤에야 밸브를 잠갔다. 두 달 후. 629. 서울 강남의 삼풍백화점이 붕괴 됐다. 사망 501, 6명 실종. 부상자는 부지기수다. 주거용 건물을 용도 변경 했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다. 건물은 무게를 못 견뎌 무너졌다. 경영진은 물건까지 빼내 먼저 대피했다.

20032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192명 사망, 48명 부상. 그리고 올 218. 경주 리조트 붕괴로 114명의 대학생이 죽거나 다쳤다. 부실 공사와 부실 감독, 운영자의 부도덕성, 안점 불감증, 우왕좌왕 늑장 구조,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흐지부지. 세월호 참사는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진 인재(人災).

32명의 시신이 발견된 사이비 종교 오대양 사건의 중심인물 소유의 회사. 그 회사가 일본에서 사들인 중고 여객선. 안전은 뒷전이고 이익 극대화에 급급한 구조 변경. 당국은 모르쇠. 박 지영 양을 제외한 선원들은 하나같이 사이비. 교통관제센터와 정부는 우왕좌왕. 단 한명의 구조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가족과 국민을 더욱 슬프게, 더욱 분통 터지게 했을 뿐이다.

피해자나 실종자 가족을 위한 사고 수습이라 볼 수 없다. 당국이 자신들을 위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 점검의 계기가 돼야한다. 전문가와 정부의 문제를 보아야 한다”. 11년이 지난 오늘도 비극은 진행 중이라는 대구 지하철 화재 유가족의 말이다. 온 국민이 공감 한다.

울부짖는 가족에게 국회의원은 선동꾼이라고,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아들은 미개하다고 비난했다. 망발이다. ‘안전행정부 국장은 구조 보다 인증샷찍기에 급급했다. 장관은 물론 총리까지 덤벙대기만 했다. 세계에 대한민국의 민낯을 들켰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 분노 때문에 부끄러워 할 겨를도 없다.

박지영 양 의사자 지정을 주저하지 말라. 내각은 총사퇴 하라. 안전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라. 출세와 보신에만 급급한 공직자들에게 따뜻한 가슴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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