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유일 유기농 봄배추, 가격 폭락에 산지폐기 위기

겨우내 정성껏 키워온 유기농 봄배추 수확을 앞둔 홍농 누리농장의 최상곤 대표. 가격 폭락으로 자식 같은 배추의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인데……

 

‘1가족 봄배추 1망 구매운동절실

한망 1000원대저장배추 많아 봄배추 거래 실종

지난겨울 고공행진을 했던 배추 값. 귀하게 모셔졌던 배추가 올 봄에는 쓰레기처럼 버려질 위기에 처해있다. 저장배추가 과도하게 많이 남아 새로 출하되는 봄배추 시세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홍농읍 상하리, 영광 유일의 유기농 봄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누리농장의 최상곤 대표를 만났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 배추 속이 아주 실하다며 배추를 갈라 야무지게 여문 속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서는 풍년의 기쁨보다 짙은 절망감이 묻어났다.

최 대표는 지난 22일 기준 대아청과 경매가격이 10들이 한망(3포기)1,000~1,8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 봄배추 평균가격이 1만원 안팎에 형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고 설명한다.

누리농장은 올해 6,942(2,100) 규모의 하우스에서 2,500폭의 봄배추를 재배하고 있다. 겨우내 정성껏 키워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최 대표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는 김치공장이며 전국 학교급식 등 물량이 부족해 못 팔았었다오는 512일경까지 수확을 끝내야 하지만 현재 봄배추는 단 한포기도 판매되지 않고 있다. 생산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헐값에 봄배추를 출하하느니 차라리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우스 봄배추 재배면적은 602로 지난해보다 23% 줄었고, 생산량도 69800t으로 22%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봄배추가 아직 출하 초기여서 크기가 작고 품질이 고르지 못한 탓이 없지 않다. 실제 저장배추는 생육 및 저장상태가 양호해 배추를 담는 입구의 크기가 52~55인 망에 담겨 출하되는 반면, 하우스 봄배추는 48망에 담겨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봄배추 값이 폭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산지에 남아있는 저장배추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김치의 수입량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저장 배추의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히 배추뿐만이 아니다. 전남을 시작으로 남부지역 양파 주 생산지에서는 조생종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생산된 양파가 아직 창고에 가득 쌓여 있어 햇양파가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양파 값은 이미 3분의 1 아래로 폭락했다. 배추와 양파 외에 다른 농산물 가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 대표는 배추는 물론 수확을 앞두고 있는 양파를 비롯해 양배추, 고추까지 올해는 모든 과채류의 가격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에 농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이제 정부의 비축물량 확대나 소비 촉진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군민 모두가 나서야 할 차례다.

군민의 자발적인 농업 살리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1가족 배추 1망구매 운동을 통해 지역의 농민과 농업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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