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냉철한 두뇌, 뜨거운 가슴은 출세주의자들의 처세술이 아니다. 경제의 기사도다. 출세를 위한 냉철한 두되만 있고 따뜻한 가슴은 없는 공직자들이라니

냉철한 두뇌, 뜨거운 가슴세상에 첫 발을 디디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 현장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구체적 설명이 없어도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크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늘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걱정에서다. ‘따뜻한 가슴은 조금 느리게, 조금 둔하게, 조금 손해 보는 듯 살면 될 것 같다. 그러면 크게 책잡히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어려운 것은 냉철한 두뇌. 늘 무엇이 정의인가, 무엇이 이익인가, 미래지향적인가를 냉정하게 따져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물론 나와 내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을 우선해야 주변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겠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경쟁 사회에서 한 발이라도 앞서 갈 수 있다는 방향이 잡힌다. 출세하려면 늘 냉철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상관에게는.

냉철한 두뇌, 뜨거운 가슴은 그러나 출세를 위한 처세의 가르침이 아니다. 케임브리지에 경제학과를 창설한 알프레드 마셜이 경제학도들을 향한 주문이다.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갖고서 주위의 사회적 고뇌와 싸우는 등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이후 경제학 기사도로 불리며 명언으로 남아 엘리트들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 엘리트들의 처세술 정도로 격하됐다.

성공한 관료와 정치인들을 살펴보자. 공부도 잘하고 판단력도 좋다는 평을 받는다. ‘엘리트의 기본은 갖췄다. 문제는 마셜이 주문한 주위의 사회적 고뇌와 싸우는 등 최선을 다하는 의지가 있는 가다. 미안하지만 이 나라의 성공한 관료와 정치인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에게서 냉철한 두뇌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따뜻한 가슴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그들에게 과연 따뜻한 가슴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공무원으로 출세한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무심하다. 몇 번을 만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경제적 이익을 주거나 출세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골라 기억할 뿐이다. 물론 그들은 하나같이 지갑을 열지 않는 습관을 지녔다. 언제 어디서나 으로 군림한 버릇이다. 그들은 오직 누릴 뿐, 부담은 하지 않는 집단이란 의식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관료로 성공해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들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그간 그들의 못된 버릇을 알지 못했다면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지켜본 그들의 행동들을 되돌아보시라.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재산은 뒷전이었다. 생때같은 목숨들을 죽였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구조 작업조차 그들에게는 이익 추구의 기회였다. 아무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마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아랫사람들 처벌만 말하고 있다.

더 이상의 출세가 필요하지 않는 대통령부터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출세욕이 가득한 공직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피아처럼 얽혀있는 유착구조를 밝히고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는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아파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눈물이 멈추고 고통이 가실 것 같지 않다.

전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시기에도 함께 휴가를 내 골프장으로 향하는 듯한 공직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직자들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민()을 졸()로 보지 말라. 진정한 의미의 냉철한 두뇌, 뜨거운 가슴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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