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김제문화예술회관
지난 2009년 3월 착공한 영광문화예술회관이 ‘영광 예술의 전당’이란 공식 명칭으로 오는 4월 준공 후 7월초 개관할 예정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추천을 받아 전국 우수 사례지역 8곳을 취재∙분석해 운영전략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어렵사리 건립된 김제문화예술회관
문화욕구에도 예산낭비 논란에 공사지연
수도권 등 중∙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소외감과 목마름은 김제에 거주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를 해소함은 물론, 시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김제문화예술회관은 건립 추진됐다. 하지만, 2004년 사업 착공이후 예산 과다에 대한 비난과 문화예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일부 정치권 및 시민들의 반대와 논란 지속으로 공사가 지연돼 2009년 4월에야 어렵게 개관했다. 대공연장488석, 소공연장 230석, 전시관 등으로 이루어졌다.
개관이후에도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했다.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공연장 개념 이 떨어지는 일부 공무원과 시민들이 대다수였고, 공연문화를 접하지 못한 시민들의 외면은 지속됐다. 열악한 시 재정으로 문예회관 운영비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기획 유치하는데 난항은 불가피했다. 더구나 중앙부처 등 공연 후원∙지원기관에서는 문화 소외지역을 군단위로 제한하는 선별 지원정책을 펼쳐 김제시는 공연을 유치하는데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문예회관 건축시 무대∙조명∙음향∙객석 등의 시설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것은 현재까지 가장 큰 아쉬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현 운영자의 판단이다.
강기수 김제문화예술회관 관장은 “행동하는 바는 반드시 마음을 따른다(行筆從心)는 마음을 굳게 먹고, 행복 문화예술회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나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직원들이 의지와 손을 모았다”며 “당시 우리는 그대로 머무를 수 없어 시민들이 찾는 곳, 머무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력했다”고 말했다.
예술회관으로 소풍가는 첫 프로젝트
성원속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강기수 관장에 따르면 의지에 찬 따뜻한 손을 굳게 잡은 문예회관 직원들은 말로만 하지 않기로 했다. 진정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 주기로 했다. 문예회관을 활성화 시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 고민, 끝없는 아이디어 회의를 반복했다.
그렇게 첫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바로 문예회관을 소통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청소년 문화탐방시리즈 ‘우리는 예술회관으로 소풍가요’를 실행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농촌학교 제반 여건상 일부 학교에서 현장 학습∙소풍 등을 시내 체육공원 및 야산에서 개최하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지역 청소년들이 문예회관(공연장 문화)을 접함으로 정서함양 및 소통을 할 수 있고,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기획하게 됐다. 프로그램 내용은 지역 청소년들이 공연장에 와서 공연장 시설 투어를 하고, 전시관을 관람하고, 공연 관람 에티켓 교육을 받고, 문화예술 명사 특강을 듣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비보이와 발레리나 등의 공연을 관람∙감상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문예회관 잔디과장에서 즐거운 도시락 점심과 야유회∙체육대회를 하고 공연장 무대에서 재능을 뽐내는 장기자랑(조명∙음향지원) 및 학교 동아리 발표회를 하는 것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야심찬 계획은 출발부터 삐걱 거렸다. 프로그램의 참신성을 인정해 중앙공모사업에서 선정돼 내려오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알았던 교육청이 협조에 소극적이었다. 적극적으로 나서도 시원찮을 교육청은 각 학교와 개별 접촉을 통해 추진하라는 입장이었다. 지역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담당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마음을 다잡고 각 학교를 방문하여 설명과 설득을 시작했다. 교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입시위주의 학사 운영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문화생활은 사치며 실적 및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부정적 반응이다. 반면, 문화소외지역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하고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학교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첫 프로젝트가 출발했다. 시행 첫해인 2010년 24개교 3,200명이 참여해 김제문화예술회관이 청소년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학교들의 성원 속에서 지금은 매년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게 됐다.
소통과 시민참여 전략으로 경쟁력 높여
예술회관에 대한 인식 변화는 직원들의 노력에 달렸다. 직원들이 마음을 합해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을 포용= 김제는 ‘다름’을 포용하는 문화 나눔을 실현하기로 했다. 농촌지역의 현실을 감안, 다문화 가정세대가 급속히 늘어가는 점을 고려했다. 문화환경 차이로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과 이주 여성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문화 나눔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공연 관람을 자유롭게 수시로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또한, ‘장애인 가족과 함께 하나 되는 행복 문화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장애인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나눔 협약’도 체결하여 공연장 접근이 불편하고 똑같은 위치에서 사람답게 동등한 입장으로 서고 싶어 하는 장애인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시민참여 운영= 김제는 시민이 참여하는 문예회관을 운영하고자 자원봉사 단체 참여 유도 계획을 추진했다. 전 시민이 공연장 문화를 접해 정서함양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지역의 봉사단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협조를 통해 해병전우회는 문예회관 주변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교통정리 임무를 수행해 주었다. 새마을부녀회는 청소년 문화탐방시리즈 ‘우리는 예술회관으로 소풍가요’ 프로그램 진행에 간식 제공과 다양한 봉사를 했다. 김제문화예술회관이 지역내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자리잡아가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경쟁력 강화= 건축과정에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시설 보강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그간, 무관심과 열악한 재정으로 시설 투자를 기피한 점과 공연장 전문가들의 조언과 지도를 받지 않은 여러 형편을 고려해 안전사고 위험 요소 및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연 장르에 대한 직원들의 공부도 진행됐다. 전문지식을 쌓고 이를 근거로 문화예술사업의 소중함을 주요 간부진에 피력하고 관심을 요청했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우수 공연을 보여 주면서 열악한 공연장 시설 장비에 내용을 부각 시켜야 한다는 계획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문예회관전용 주차장 확대, 냉난방시설 보강, 소방 및 안전시설 보강, 홈페이지 구축, 무대기계 보강등 주요 시설을 점진적으로 확보했다.
#외부 지원 유치= 김제는 행복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국립단체 및 일반 기업∙단체 등의 지원 공연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감동을 준다는 마음으로 김제문화예술회관을 살리는 길은 다양한 장르의 검증된 공연을 유치하여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는 판단이었다. 열악한 재정 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국립단체 및 일반기업∙단체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전액무료지원공연, 일부경비 부담 공연 등 공연지원기관 및 일반기업∙단체 등을 일일이 파악해 김제문화예술회관이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 및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활성화는 직원들의 노력여하에 달려”
강기수 김제문화예술회관 관장

하지만 이를 참고 극복하고서야 우리의 꿈은 이루어지게 됐다. 그동안 너무나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공연 지원기관들이 ‘김제문화예술회관’을 찾기 시작했다. 반가운 소식에 2시간만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2010년 첫해에 지방(중소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명품공연을, 그것도 전라북도에서는 처음으로 국립오페라단의 ‘나비부인’ 공연을 유치하게 됐다. 공연이 올라가던 그해 4월30일은 뜨거운 눈물까지 흐르고 마음속에서는 기쁨이 가득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공연 관계자 인맥이 형성되자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등 수도권등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우수한 공연을 계속 유치했다.
특히 한국마사회, 현대자동차그룹 등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받게 되는 성과도 얻었다. 이러한 결과는 문예회관 운영 활성화 공로가 인정돼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운영기관으로 기관표창을 받았다. 전국에서 인정받는 지평선 김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예의 전당 김제문화예술회관은 그렇게 이루게 됐다. 2009년 17건 23회 공연이 지난해 50건 61회로 늘었고, 관람객도 5만3,000명까지 늘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준 ‘기다림의 바보들’ 직원들의 간절한 소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채종진∙최미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