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천/ 자유기고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가 경기도내 보육교사 7만명을 공무원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이번 지방선거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수년전부터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와 자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어 왔지만 인식 수준에 그쳤을 뿐 실천적 의지가 이렇게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며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약속이 실현되기 위해선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일 현실화된다면 경기도로만 그치지 않고 전국 20여만 보육교사들까지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제기된 내용이긴 하지만 전국 보육교직원, 특히 보육교사의 입장에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영유아 보호와 교육이라는 전문성을 지닌 교육자로서 사회적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기까지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육교사들은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고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급여 수준은 더욱 낮아서 이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만 보육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의미에서 착안된 공약일 것이다.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무슨 재정으로 보육교사들을 공무원으로 전환시킬지, 그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지가 핵심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중앙예산과 지방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정치적 영달을 위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대안이 새누리당의 후보를 통해 제시되는 것만 봐도 이 공무원 전환 논쟁은 보육계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로서 손색이 없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후보는 보육 준공영제 도입이라는 대안으로 맞불을 놨는데 그가 말하는 보육 준공영제란,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하되 재정지원을 통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며 보육교사 수당제를 도입하고 보육료를 현실화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보육교사 공무원화라는 이슈로 촉발된 이 혈투가 공약으로서 실현되고 안되고를 떠나 이렇듯 진지하게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발전적 성과라고 본다.

보육교사들은 본인이 공무원이 된다면 물론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바람은 당장 공무원의 옷을 입는 것보다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과 자신의 전문성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합당한 처우를 원하고 있다. 공무원화이든 준공영제이든 이러한 필요조건이 우선적으로 갖추어지길 바란다는 점이다.

사회적 공분을 샀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주범이 교사의 스트레스라는 조사결과는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훈육의 기술이나 인성적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보육교사들의 만성적 장기노동, 저임금, 업무과다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아동학대와 같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육과정의 기본이 되는 보육일지도 제대로 작성할 수 없는 근로여건 속에서 그들의 교사다운 삶과 노동인권이 묻혀버렸다. 이러한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의 근본 원인은 노동인권의 문제보다도 잘못된 보육정책에 있다. 수요자 중심 보육에 치우쳐 온 정부의 보육정책은 이제 영유아중심의 보육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영유아중심의 보육에는 수요자인 학부모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보육교사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보육의 질, 영유아 교육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정작 부모님들보다 더 오랫동안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제 2의 부모 보육교사의 삶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들이 행복해야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표를 모으기 위한 반짝 관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보육교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 사회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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