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아열대 기후’ 대체작물 탐색기
제주와 한반도 남해안에서만 자생하면서 그 가치를 중국이나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은 황금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황칠나무. 특히 서해안의 요충지 영광군이 새로운 환금성 작물로서 황칠은 최적의 재배조건을 구비하고 있어 임업 분야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황칠’의 새로운 조망에 대해 입체적 분석과 추후 비전, 그리고 차세대 위상에 대한 논점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열대 기후 서막 ‘생태계 대변동’

지구촌 전반에 걸친 기후 온난화 여파가 한국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우리 한국에서는 지난 1950년 이후 기온 상승률이 20세기 전체 기간에 비해 약 1.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의 후폭풍으로 강수량의 변화는 712~1929㎜로 변동성이 매우 큰데다, 최근 10년간 20세기 초반 10년에 비해 약 19%인 220㎜나 늘었다.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는 “추후 1세기 기후 변화 속도는 지구 역사상 통상의 자연적 기온 변화에 비해 1백배 이상 빠를 것”이라는 음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기후는 위도와 함께 바다로부터의 거리, 식물 또는 다른 지리적 요소에 의존하기에 장소는 물론 계절 등 시간에 따라서도 매우 다양하다.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중위도 지역의 경우, 현재의 기후대는 북극 쪽으로 약 150km에 고도는 위쪽으로 150m 정도 이동하게 된다.
이에 미세한 크기의 종자를 가진 식물을 제외하고는 현재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에는 산림을 농지, 주택지 등으로 전환하는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서식지 분할, 환경오염과 같은 다른 환경적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생의 이동과 적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서는 ‘난대림 지대’가 크게 확산되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아열대림 지대’가 형성될 조짐이 역력하다. 난대지역 분포는 현재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까지 올라가며, 현재의 난대림 지대는 일부 아열대림 지대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한국에서는 이런 급격한 기후변화로 강수량의 증대, 육상 생태계의 교란, 재배 적지의 변화 및 외래종 유입 등의 추세가 두드러진다. 부득불, 생육에 적합한 기후환경을 갖는 지역으로 분포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인 ‘생육적지’(生育適地)가 심대하게 위협받고 있다.
‘기후적응 품종, 대체작목 육성’ 시험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기존 작물지도에 대혼선이 초래되자 전국 지자체는 기후적응 품종과 대체작목 육성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기존 식물들이 병해충 피해가 늘고 품질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변화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더불어 자치단체들은 미래 농업의 전환기 플랜 구상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특성에 적합한 다양한 아열대 소득작목을 발굴하기 위해 선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농촌진흥청은 기후 변화에 따른 17개 작물의 생산 및 재배 적지를 예측한 ‘농업용 미래 상세 기후도'를 개발, 전국 지자체에 보급했다. 채소와 과수 등 주요 원예작물의 품종 개발, 외래작물의 도입 및 토착화 연구에 초점 맞추어 기후변화에 맞대응하고 있다.
먼저, 기존의 과수재배 주산지가 계속 북상하면서 해당 지역에 적합한 새로운 작물과 대체 작목을 선정, 이를 집중 육성하는 농업정책 변화가 도처에서 목도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감귤,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단감 등 우리나라 대표적 6대 과일은 전통적 주산지 개념이 일거에 붕괴되면서, 아열대 작물인 한라봉, 무화과, 석류 등의 재배가 크게 늘면서 농작물의 북진현상이 뚜렷하다.
복숭아는 동해(凍害) 발생이 급감하면서 재배 면적이 늘었고, 포도 재배지 역시 북상 중이다. 대조적으로 온대 과일인 사과는 기온 상승으로 재배 면적이 줄었다. 대구 경북의 명물 사과는 진안·무주·장수·남원 등 전북 동북부뿐만 아니라 강원도 화천까지 재배의 보폭을 넓혔다.
중동부 최전방 지역인 강원 양구군! 멜론 재배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됐던 멜론은 2005년부터 양구에서 첫 재배 이후 매년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다. 이렇듯, 강원도는 최근 과수 재배 면적 급증에 힘입어 옥수수 등 저소득 밭작물 위주의 농업구조에서 탈피하여 고품질 과수 생산으로 전환 중이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가 아열대 과일 토착화 연구의 첨병 역할을 지대하게 수행하고 있는데, 망고, 파파야, 화룡과는 일부 토착화가 진척됐거나 관련 연구가 괄목하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는 바나나 키위 등 열대 과일이 중부 지역에서도 재배되고 있으며, 동남아가 원산지인 망고와 화룡과 등 아열대 과일 재배가 제주도에서 무척 활발하다.
충남에서는 체리, 블루베리, 아로니아(Aronia) 등 기능성 과수 재배 면적이 연신 확장 추세다. 경북도는 체리와 블루베리뿐 아니라 최근에는 한라봉, 석류, 파파야 등도 적극 재배하고 있다.
이에 병행하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티초크(Artichoke), 공심채(空心菜, Water convolvulus), 인디언 시금치(Basella alba) 등 아열대 채소 재배 연구가 호조이다. 아열대 채소는 무엇보다 무기질을 비롯한 비타민과 단백질, 식이섬유가 한층 풍부하다.
볶음과 샐러드 등 각종 서양요리에 풍요롭게 쓰이는 ‘아티초크’는 유럽에서는 우리의 무나 양파처럼 대량소비와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와 열대지방이 주산지인 ‘인디언 시금치’는 일반 시금치보다 칼슘성분이 무려 4배가량 높다. 반수생(半水生) 열대 식물 ‘공심채’는 동남아에서 국민 채소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우리 山林도 대대적 ‘물갈이 추세’
지구온난화로 대한민국 농작물 지도가 최근 10년 사이 대폭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산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실증된다. 난대성 수림이 수직·수평적으로 북상하면서 온대성 낙엽활엽수들은 자리를 잃고 있다. 난대림은 잎이 넓어 폭서도 잘 견디는 반면, 온대림은 상대적으로 더위에 취약하다.
기후가 올라가면 나무에서 잎이 나오는 시기가 빨라지고, 개화 시기도 앞당겨진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지역을 투사하여 보면, 대체로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 개화시기가 약 5~7일 정도 빨라지고 있다.
기온이 수직상승하면서 한반도의 산림 식생대가 남에서 북으로, 그리고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이 가속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기후대는 2℃ 상승으로 제주와 남부 해안으로 국한되어 있던 ‘난대 기후대’가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 4℃ 상승의 경우라면, 남부 해안지대는 ‘아열대기후대’로 변하여 우리나라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대기후는 난대기후로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1세기 중반 이후의 한반도 잠재식생분포’라는 최근 보고서는 현재보다 난대성 상록활엽수가 크게 증가하고, 상록침엽수와 두 가지 종류 이상의 나무로 이루어진 숲인 ‘혼효림’(混淆林)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온대 ·아한대에 형성된 상록침엽수림은 약 23%, 혼효림은 약 31% 감소하는 반면, 상록활엽수림은 약 200%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난대림이 온대림이나 혼효림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고, 불가불 산림의 종다양성은 약화되는 구도다.
‘일본 산림총합연구소’(FFPRI)와 공동 연구를 수행한 ‘국립생물자원관’(NIBR)은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이자 주요 난대 상록성 식물자원의 생육 적지인 후박나무, 참식나무, 밥풀고사리는 멀지 않은 시간에 휴전선을 넘어 황해도 이북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시하고 있다.
특히 경북 경주, 대구, 전남 나주지방 등 한반도 내륙지역까지 분포된 송악, 마삭줄, 사스레피나무 등의 난대 상록성 식물은 북한 전역에 확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남부지역에는 야자류를 비롯 아열대 수종이 성장하고, 현재 남부지역에 국한되던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생달나무 등 상록활엽수들은 중부지역까지 접근할 기세다. 이들 난대성 식물의 군락지는 전남 해남 진도 완도에 그치지 않고 인근 목포, 강진, 보성, 여수, 순천, 광양과 경남 진주, 마산, 부산 등 남해안을 거쳐 울산까지 해안선을 타고 올라왔다.
한편,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구상나무, 분비나무, 돌매화나무 등의 수종들은 우리 한국에서 멸종되거나 크게 줄어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온대성 식물의 주종인 ‘밤’은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재배면적이 줄거나 자취를 감출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 '생물자원' 대책시급
지구온난화 촉발에 산림식생대의 분포가 달라지고 생물다양성이 변화한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가파르게 진척되고 있는 것은 큰 부담이다. 기후가 급변하면수종(樹種)간의 경쟁력이 달라진다. 생육지의 주종 식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 방향성을 가지고 변천하는 ‘천이’(遷移)의 진행방향도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현재의 식물 군집구조와는 다른 구조로 돌변한다.
특히 난대 상록성 식물들의 생육지 확대에 따라 기존 온대성 식물자원들은 심각한 경쟁에 휘말려들면서 한반도의 식물자원 분포에 급진적 변화가 자명하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조림수종 선정과 육림기술의 재정립이 무척 시급하다.
또한 대체작목 육성은 기후변화, 토양, 시장 상황 등을 신중하게 감안하여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열대작목 재배지 토양환경, 품질안정화 및 고온장애 극복기술 개발, 고온피해 경감 기술 개발에 공세적으로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립생물자원관’(NIBR)은 2011년부터 기후변화가 한반도 생물종 분포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해 ‘종분포모델’ 예측 및 감시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층, 기후변화 적응정책 마련이 시급한 생물자원을 중점으로 정보 공유 및 연구협력 네트워크를 심화해야 한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