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권/ 영광군농민회장

지난 19일 전남 도청과 농협 도지역 본부 건물 앞에는 가격폭락으로 분노에 찬 양파농가들의 양파 적재가 진행 되었다. 하루전인 18일에는 경남 창녕군과 전남 무안군에서 땀 흘려 애써 키운 양파 수확을 포기하고 결국 갈아엎고야 말았다.

이곳 영광지역도 곳곳에서 마늘, 양파, 감자 등 밭작물 수확이 한창이지만 가격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올라 일손부족으로 농민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양파(20kg)4,000원대 까지 폭락했다. 이는 최소 생산비인 9,000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값이고,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양파는 기존의 주산지 생산면적이 줄어드는 반면 영광군은 생산농가와 면적이 급격하게 확대 되어 영광군의 주요 밭작물인 고추에 이어 가장 많이 재배하는 대체 품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해 양파가격의 대 폭락은 더 이상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고 이러한 불안한 심리는 조금이라도 돈 된다는 작물로 쏠리게 되고 이는 또다시 그 작물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농산물 가격폭락의 악순환 구조를 고착화 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농가소득보장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도 먼 정부의 정책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파가격 하락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뿐 만이 아니라 지역 행정과 농협들이 보여주는 행태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광군 행정은 작물별 형평성만 이야기 하며 작년 고추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고추농가 피해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이더니 이번 양파값 폭락에도 선거 핑계로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때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영광군 유통회사는 어떠한 수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창고만 빌려주고 임대료나 챙기는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농협들은 어떠한가? 가뜩이나 가격폭락으로 시름에 겨운 농민들에게 기껏 한다는 것이 위탁판매 해주고 수수료 따먹는 일이나 하고 주산지 농협들은 수매가격 담합으로 수매 가격을 낮춤으로 해서 시중 시세를 떨어뜨리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농민들은 죽을려면 같이 죽자고 절규하고 있다. 작년 고추값 폭락부터 이어진 모든 농산물들의 가격 폭락은 농민들의 영농 의지마저 꺽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때 힘이 되어주어야 할 행정과 농협이 이렇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본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함께 건의도 하고 투쟁도 하고 해서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되 지역에서도 정부 탓이나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 아니다. 영광군 행정과 농협은 지금이라도 나서서 양파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주요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 보장 조례를 제정하여 농산물값 폭락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정식으로 취임을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도 초토화된 농심을 위로하고 영농의지를 높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영광군 변화 발전의 원동력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군수 당선인의 대표 농업공약에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하겠다는 공약이 있어 기대 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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