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새정연의 공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방선거 반타작으로 살만 하니까 도진 고질병이다. 이러다간 당이 깨진다. 중용의 리더십 창출을 주문한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국면이다. 무려 15개 선거구다. 국회의원 정수의 5%에 달한다. ‘미니 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관심사는 당연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새정연)의 공천이다. 한 달이 지나도록 양당은 공천전(公薦戰)만 치렀다. 유권자가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는 겨우 20일만 주어졌다. 선관위 등록 마감일을 감안하면 보름 남짓이다. 이 정도면 정치권의 횡포다. 국민에 대한 무례를 넘어 무시다.

지역민(호남)들의 관심은 단연 새정연의 공천이었다. ‘참신한 인물을 공천 하겠다는 말에 기대도 컸다. 웬걸. 사냥한 먹잇감을 다투는 맹수들의 모습만 보았다. ‘자기 사람심기에 안달 난 중진들의 전쟁이다. 서울 동작을()은 정동영이 자원등판 의사를 강하게 비쳤다. 작지만 한 계파의 수장이자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지만 배제대상으로 일찌감치 정리됐다. 지분 55를 약속 받고 합당한 안철수의 오른팔 금태섭도 힘없이 무너졌다. 결국 광주 광산을()에 신청한 기동민이 먹었다’. 뜬금없다.

손학규도 수모를 겪었다. 당 대표와 대선 주자에 대한 대접 치고 고약하기 짝이 없다. 세 곳이나 되는 수원 지역 공략에는 최고의 카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선거 운동 할 수 있는 시간 다 보내고 막바지에야 공천했다. 당의 승리 보다 손학규의 정치적 위상 강화를 경계한 소인배들의 짓거리다. 마치 손학규도 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결과를 바라는 듯 한 행태다. 당의 승리는 뒷전이고 자기보다 강한 자에 대한 경계 심리로 해석된다.

공천이 당선인 호남은 경선을 하겠다는 원칙도 깼다. 광산을()이다. 김효석천정배를 비롯, 계파 수장의 대리인 격이던 공천 신청자들은 모두 물먹었다. 사슴 한 마리를 잡은 사자떼가 서로 먹으려고 싸우다 하이에나에게 도둑맞은 꼴이다. 경찰과 정권의 비리에 분노한 권은희 카드는 물론 신선하다. 하지만 10여명에 달하는 당의 소중한 인재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당에 대한 신뢰도 실추됐다.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훨씬 많은 결과다.

201219대 총선과 대선은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원인은 민주당의 공천 실패다. 계파 챙기려다 정권 놓쳤다. 당은 붕괴 위기였다. 안철수와 합당에 이은 세월호 참사가 민주당을 살렸다. 64 지방선거에서 평년작은 했다. 살만 해지니까 당 보다 계파를 먼저 생각하는 고질병이 도졌다. 불과 18개월 후면 총선이다. 이번 재보선 공천 행태에서 중진들의 계파 챙기기가 또다시 당을 위기로 몰아갈 조짐이 보인다.

2년도 안남은 20대 총선 전망도 밝지 않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와 인사 파행이라는 악재에도 지방 선거에서 비겼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도 50%를 넘나든다. 새정연 중진들의 제사람 챙기기공천 싸움은 그칠 것 같지 않다. 중도 무당파와 전통적 지지층의 상당수가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조건에서도 새정연은 새누리당을 이기지 못한다. 새정연 소속 정치인 가운데 비틀거리는 당을 바로잡을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이 사라진 동교동계, 노무현 없는 노무현계, 그에 못지않은 비중의 486, 안철수계, 손학규계, 정동영계, 정세균계 등등의 수많은 계파가 유지되는 한 새정연의 위기는 계속된다. 결국 깨진다. 거대한 새누리당과 다수의 야당 구도다. 60여 년간 민주당과 그에 이은 새정연에 자양분을 공급한 호남인에게는 비극이다. 영원한 마이너로의 추락이다. 상상하기도 싫다.

유학(儒學)의 생활철학은 중용(中庸)이다. 석가모니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사상을 설파했다. 지나치지도, 치우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이 최고의 지혜라는 가르침이다. 새정연에 강력한 중용의 리더십 창출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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