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와글와글 이다. 유 병언씨의 사망 사건때문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도피 행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유 씨가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느닷없다. 어제 검찰이 6개월 짜리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는데 오늘 시신으로 발견됐다니 황당하지 않은가.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어제는 검찰이 유 씨 검거에 자신감을 보였다. 오늘은 경찰이 유 씨 시신을 찾았다고 한다.

큰 사건이 나면 검경 합동수사가 상식이다. 긴밀한 협조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유감스럽게도 검찰과 경찰은 말로만 합동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실제로는 따로국밥이었다. 마치 누가 더 무능한가를 다투는 모습만 국민들에게 들켰다. 경찰은 시신 발견 40일이 지나서야 유 씨임을 밝혔다. 어이없을 정도의 무능이다. 유 씨를 놓친 곳에서 불과 2Km 남짓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유 씨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40일을 보냈다. 대한민국 경찰의 현주소다.

경찰은 무능하다 치자. 검찰은 어떤가. 죽은지 수십일이 지난 사람을 상대로 곧 검거할 수 있다고 큰소리 쳤다. 이런 허당이라니! 무능 경찰에 허당 검찰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이다. 유 병언이 참사의 처음이요 끝인 것처럼 소동을 피웠다. 세월호 유족들의 슬픔도, 국민들의 분노도, 대통령의 국가개조 목소리도 그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책임감도, 의욕도 없는 민낯을 들켰다.

세월호 참사가 난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100일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구조와 시신 인양에 나선 잠수부, 지원 나간 소방 헬기 추락 등으로 애먼 생명들이 희생됐다. 세월호는 물론 시신 조차 다 인양하지 못했다. 초기 대응부터 엉망 이었다. 재난 대비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였다. 국가개조론이 나왔다. 대통령도 개조를 다짐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개조될 조짐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장관 후보자들의 무능과 타락도 반복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흥정하는 정치판 행태도 익숙한 모습 그대로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줄 것 처럼 하던 벼슬아치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유족들을 귀찮은 존재로 보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의구심은 꼬리를 문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경찰은 자살이라는데 시간이 갈수록 타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찰은 현장 보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물론 유 씨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경찰의 자세가 아니다. 변사체가 발견되면 당연히 타살 가능성을 수사 하는 것이 기본이다. 검찰은 입이 붙었다. 변사 사건 지휘 책임은 검찰에 있다. 발견 40일이 지나도록 유 씨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경찰과 마찬가지다.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학창 시절 탐정소설 몇 권 읽은 실력으로 수사팀에 훈수를 하겠다. 시신과 진지한 대화를 해보라. 현장도, 시신도 많이 훼손 됐다. 그래도 시신은 진실을 말해준다. “당신들은 내가 누구이며 왜 죽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가 없었다. 외제 명품 점퍼를 입은 노숙자를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왜 이렇게 부패한 상태이며, 목이 몸에서 떨어지려고 하는지 아는가. 내 안경과 신발 등의 위치도 꼼꼼히 따져보라.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 노숙자든 재벌이든 주검은 같다. 선입견은 진실을 외면 한다”.

대통령, 관료, 정치인, 검찰, 경찰, 기업인 여러분, 제발 당신들의 영달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 주시오. 변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보쇼!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