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센터연합회장

구원파 교주 유병언

한때는 10만여명의 신도를 거느린 속칭 구원파의 교주였지만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끝에 변사체로 발견된 세모그룹 유병언회장의 사인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22, 지난 612일 순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신원확인을 위한 국과수의 DNA 검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세모의 유병언회장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과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회장의 사인은 발견당시 처참했던 그의 주검만큼이나 온갖 미스테리를 남긴 체 괴소문의 중심에서 다시 한 번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사체의 부패 정도로 봤을 때 유병언일 수 없다는 소문에서부터 유병언과 관련이 깊은 정부기관이 개입을 했거나 유회장의 죽음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측근이 자살을 위장하여 독살을 하고 시체를 현재의 장소로 옮겼을 것이라는 주장, DNA가 비슷한 유회장의 동생을 바꿔치기 했다는 등등의 소문들이 그럴듯하게 각색이 되어 시중을 떠돌면서 세월호 참사에 분노해 있는 국민들을 국가 불신이라는 나락으로 떠밀고 있는 것이다.

자살과 타살, 자연사 등 세간에 난무하는 억측 속에 언론까지 가세하여 혼란이 가중되면서 715일 국과수는 다시 한 번 DNA 검사와 신체적 특징 등의 정밀 감식을 통해 변사체의 신원이 유병언이 맞다고 최종 발표를 했다.

하지만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국과수의 애매한 발표는 건강과 생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던 유회장의 평소 성격에 비춰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과 맞물리면서 검,경이 발표한 자연사라는 주장보다는 타살에 의한 변사라는 의혹 쪽으로 무게감이 더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불신풍조의 만연

우리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못 믿는다.’는 말이 있다.

조선간장에 들어가는 중요 재료인 메주는 콩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일이기에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불신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과학적인 증거마저도 불신의 프레임에 갇혀버린 심증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작금의 우리 사회, 지금 우리나라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안하는) 그런 각박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은 물론 정치인과 언론, 공권력과 정부, 대통령마저도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총체적 난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불신풍조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하겠다.

소통의 부재에 따른 상호믿음의 상실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적은데서 오는 소외감으로 대중적 반발심이 일게 되고 그에 따른 불신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호도하고 부추긴 일부 언론이나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한 중앙 일간지의 대기자는 유병언의 죄, 유병언을 죽인 죄라는 그의 칼럼에서 유병언씨의 시체가 사실상 효수되었다.’세상의 인심이 그렇게 흉악해진 것도 아니고 범죄가 그렇게 흉폭해진 것도 아닌데 지금 대명천지에 그런 짓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진실을 은폐하려고 그를 부관참시하고 사돈에 팔촌까지 희생시켰다. 유씨의 잘못이 밉지만 이 정권의 야만은 더 끔찍하다는 부제도 달았다.

그에게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게 이 나라 법과 양식의 판단입니다.’라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왜 그렇게 분노하고 슬퍼했던 것일까?

회사자금을 빼돌려 일가족이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세월호의 안전에는 단돈 2달러(2,000)를 지출함으로써 300여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냈던 유병언이 흉폭한 범죄자가 아니라면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정부에서 일부러 조장했거나 부추기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유병언에 대한 측은지심의 발로라거나 두둔이라기보다는 이를 빌미로 현 정부를 깎아 내리고 이간하려는 불신풍조의 조장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진정성의 회복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뿌리 깊은 불신풍조는 우선 위정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선거 때면 넘쳐나는 정치인들의 무수한 공약의 파기와 불이행, 그리고 말 바꾸기 식의 언행불일치가 도덕적 해이로 변질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 속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건전한 사회를 병들게 하는 불신풍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먼저 앞장을 서 정책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 역시 서로를 위하고 신뢰하는 바탕위에서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나라,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그늘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진정성 있는 이해와 배려가 자리매김을 할 때 비로소 불신풍조가 해소되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되고 행복한 삶을 지키는 근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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