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영광의 미래농업 설계, 다시 시작해야.......-

2014718(), 정부는 쌀 개방의 최종 정책 선택을 쌀 수입 관세화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였다. 현재 시행중인 의무수입물량(MMA)의 증량 없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 체 관세화를 유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이런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아픔이 있다는 것이 이런 정책결정에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농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하며 바라는 것은 더 이상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나 국내 쌀 농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두 번째 원인으로 밝히고 있다.

농업계의 다른 편에서는 쌀 시장개방에 대해 정부가 농민에 대한 기습론을 제기하며 사회적 합의 없는 쌀 전면개방은 앞으로의 쌀 협상에 자충수를 둔 요류라고 주장하며 강력반대하고 있다. 이런 협상 부재의 상황들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소통이 안되는 사회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표라 하겠다. 물론 현 상황이 녹록치 않는 상황이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지라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를 쥘 수 있는 기회까지 차버린 정부의 소통부재는 안타깝고 안타깝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농업계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농업에 가장 적합하고 이익이 될 정책결정도 내부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바깥세상에서 경제 논리로 밀어붙이는 고율관세 문제나 특별긴급관세를 과연 정부에서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자기논리로 삼고 국제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고율관세문제에 대해 먼저 짚고 가자! ‘정부는 쌀에 300~500%의 고율관세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쌀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연계돼 미국·중국 등 특정국에는 별도의 관세율을 적용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 정부는 고율관세를 확보하고 FTA에서 쌀을 양허제외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정부가 보인 행동은 불신만 자초해 왔기에 정부의 의지를 못 믿게 하고 있다.

두 번째 의심의 큰 산은 특별긴급관세 문제다. 정부에 따르면 특별긴급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것으로 쌀 관세화 후 수입물량이 급격히 늘었을 때 부과할 수 있는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중국산 마늘 수입이 급증해 국산 마늘 값이 폭락하자 중국산 마늘에 특별긴급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와 휴대폰 등을 거론하면서 통상압력을 가하자 특별긴급관세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정부가 미국이나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감내하면서까지 수입 쌀에 특별긴급관세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냥 믿고 따라와 달라는 정부의 주장은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정부가 좀 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정부-국회-농민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쌀 개방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대안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중앙정부의 정책변동이 우리지역의 농사꾼들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대책을 영광군에서도 곧바로 세워야할 때이다. 특히 관세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쌀농업에 지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그 경우의 수에 대비한 지역농정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각 방향에 맞는 대안들을 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7기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농정분야 수장이 바뀐 상황을 영광농업의 미래를 준비할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위한 여러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이런 계획과 정책들이 백화점식이거나 근시안적 대책이 되어 남들 뒤쫓아 가다가는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인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거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두 가지 원칙을 확인해 주시길 앙청한다.

첫째, 영광 미래농정에 대한 방향설정을 분명히 해줄 것을 요청한다. 광작위주의 기업농 위주 정책으로 농정방향을 끌고 갈 것인지, 소작이지만 품질과 다양성을 위주로 한 가족농 형태로 정책방향을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한다면 그에 대한 비율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기업농 위주의 정책으로 농정을 이끌 계획이라면 남은 소작형태의 가족농들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며, 가족농 위주의 농업정책을 계획한다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왔던 품질확보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과 다양한 생산물에 대한 소비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영광농업에 대한 인식제고를 어떻게 고양시킬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하겠다. 영광은 천혜적으로 내려오는 지역특산물이 네다섯가지 있어 지금까지 잘 풀어먹고 살아왔다. 그러나 좁은 땅덩어리에 무엇이 좀 된다네싶으면 이곳저곳에서 따라하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 되어 다 망하는 전례가 한 둘이 아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상품개발 그리고 영광농산물이나 특산물에 대한 인식제고 등은 필요불가결한 문제해결 옵션이 되었다. 이의 실천적 대안은 내부에서부터 시작되는 자긍심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내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내 것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 시작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부터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 자부심을 가진 믿을 홍보맨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을 통해 정기적으로 농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온지도 10여년이 흘렀다. 부족한 식견으로 영광의 농업을 진단하고 처방한다는 것은 교만임에 틀림없다. 허나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하지 않던가? 10여년을 영광의 농업문제를 고민하다보니 이제 그 길도 조금씩은 보이는 것 같아 이런 저런 화두를 던져본다. 부디 시기를 놓쳐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다시한번 현대 농업사에 중요한 획을 긋는 쌀 수입 관세화 정책 선언에 즈음하여 영광농업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제안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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