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답답한 세월호 정국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야당 압박은 해법이 아니다. 스스로 나서 여야가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신문을 편다. 한 면에 대한민국의 오늘이 담겨있다. 세월호 법과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계속, 접점이 안 보인다는 기사가 가장 눈에 띈다. 지루하게 보아 온 사안이다. 새로운 사안이 아닌데도 언론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알 수 있는 가장 큰 뉴스로 다뤘다. 왜일까.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참사가 난지 4개월이 다 되간다. 유가족의 요구는 다 들어줄 것처럼 떠들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태도가 변했다. 죄인처럼 낮은 자세로 유가족을 대하던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절규하는 유가족을 강제로 들어냈다. 유가족은 피켓 시위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별법과 청문회는 정쟁의 대상이 됐다.

유 병언이나 청해진 해운, 해경 등 관련 기관만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의 부실과 비리가 빚은 참사다. 나라가 죄를 지었다. 시쳇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서둘러야 할 특별법이며 청문회다.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서로의 만을 따지면 어느 세월에 협상이 되겠는가. 특별법과 청문회가 세월호처럼 가라앉고 있다. ‘국가 개조를 말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대통령은 여당을 편들고 나섰다. 경제 활성화 법안이 시급한데 야당이 정치투쟁에만 몰두하며 발목을 잡는단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자문해보란다. 야당에 대한 압박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법이 없어서 경제를 활성화 시키지 못할 정도로 법은 부실하지 않다. 경제 위기를 타개할 방안은 있는데 법이 없어서 시행하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법안 처리 못하는 책임이 야당에만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공감하는 내용도 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자문해 보라는 대목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특별법과 청문회 협상을 진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맺힌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짓거리다. ‘세월호정쟁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은 분명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의 존재 이유와 정치인들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우리의 정치는 먼 옛날에도, 어제도 그랬다. 신문은 오늘도 그렇다고 알려주고 있다.

정치권을 보는 국민의 가슴은 답답하다. 청문회에 누구를 증인으로 세울 것인가를 두고 지루한 협상을 하고 있다. 말이 협상이지 제 이로운 것만 주장하며 남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짓거리로 세월만 까먹고 있을 뿐이다. 자기 이익과 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상대를 압박해서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 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여당은 김기춘을 증인으로 세우는 조건으로 문재인과 송영길의 증인 채택을 요구한다. 야당은 MB(이명박)가 나오면 문재인을 내세우겠다고 한다. 양측 모두 억지다. 김기춘은 비서실장이다. 정권 실세라고 하나 책임질 위치는 아니다. 강제로 증인으로 세우기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문재인은 또 왜 서야 하는가. 이명박은 나오겠는가. 비현실적 주장만을 거듭 한다.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정치가 답답하면 나라가 어려워진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야당 압박은 해결책이 아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자문은 대통령 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김기춘 대신 총리를, 문재인을 빼는 등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협상 타결 기사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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