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정부·여당은 세월호법이 시급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재벌에 대한 특혜를 민생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민생을 위한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말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다. 역대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시급한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도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며 살아간다. 세월호법에 막혀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단다. 최 경환 경제팀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민생법안은 무려 9개에 달한다. 민생 법안이 허술해 민생이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최 장관은 엊그제까지 여당 원내대표였다. ‘시급한상황이라면 그때 서두를 일이다. 장관이 된 후에라도 민생의 엄중함과 시급함을 알고 서두르는 것은 환영한다. 문제는 그의 일 처리 방식이다. 원내대표 시절이나 지금이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모두 야당 탓으로 돌린다. 양보는 없다. 협상을 모른다. 아니다. 아예 거부하는 스타일이다.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되뇌고 있다. 대통령의 입맛에는 딱 이다. 야당과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들에게는 밥맛이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소위 민생법안이 진정으로 시급하다면 발목을 잡는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 간단하다. 야당이 주장하는 세월호법의 내용을 국민의 눈으로 보면 정부·여당이 왜 거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법적 책임을 묻자는 것 아닌가. 켕기는 것이 없다면 야당은 물론 유족들과도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다. ‘시급한 민생법안을 핑계로 세월호법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인다.

시급하다는 민생법안을 살펴보면 실은 민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관광 진흥법은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수도권 숙박 시설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다. 교육권 침해, 영세업자 도산, 재벌 특혜 시비가 만만찮다. 의료법도 의료 양극화, 대기업 의료 영리화 우려를 낳고 있다. 서비스업의 체계적 지원을 위한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특정 대기업에 대한 혜택 논란이 거세다. 이름조차 알쏭달쏭한 클라우드컴퓨팅법은 대기업 지원 정책으로 전락은 물론 관피아 양산 우려까지 낳고 있다.

하나같이 민생보다 재벌기업에 시급한 법안이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물론 다른 5개 법안은 재벌기업과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민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민생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세월호법은 민생을 상징하는 법안이다. 국민의 안전 보장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나라다. 국가적 시스템의 부실로 인해 발생한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당연하다. 유족에 대한 보상은 정부·여당도 약속했다.

세월호는 모든 국민이 국가적 시스템 부실로 인한 참변을 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월호법은 세월호 유족에게만 해당되는 법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법이다. 세월호법이야말로 진정으로 시급한 민생법안이다. 재벌·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퇴직할 고위 공직자들에게 관피아의 길을 터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민생법안이 아니다. 시급한 것은 더욱 아니다. 정치적 자양분을 공급 해주는 계층에 대한 보답,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4개월 전쯤 TV에 대머리 치료법이 소개됐다. 과거 대머리 이었다는 한의사다. 어성초와 자소엽, 녹차를 소주로 발효시켜 바르는 방법이다. 큰돈을 벌 텐데 왜 공개하느냐는 물음에 대한민국에 대머리로 고민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서라고 했다. 감동적이다. 이 치료법은 선풍적 인기다. 공터에 버려졌던 어성초의 값이 날로 뛸 정도다.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민생이란 이처럼 고통 받는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이다.

성공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대머리 특효약을 공개한 한의사로부터 한 수 배우길 권한다. 그리고 민생을 입에만 달고 사는 못 된 버릇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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