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우리는 항상 재난 및 사고 위험을 안고 산다. 우리 지역은 각종 풍수해를 비롯해 서해안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이다. 이에 본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통해 재난과 위기관리시스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국내와 일본을 대상으로 제2차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그 대안을 제시 한다. <편집자 주>

 

 

한국학교안전센터 전문가가 본 문제는?

학교재난안전관리 전략적 접근 필요

물리·조직·학습적 차원 영역구분 해야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는 더 높은 재난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영과 사업활동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던 컨설턴트 활동이 학교안전에 초점을 맞춰 학교안전컨설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학교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영역을 물리적, 학습적, 조직적 측면의 3영역으로 구분한 후, 각 영역에서의 바람직한 모습(To-Be)과 현재 모습(As-Is)간의 차이(gap)를 찾아내고,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solution)을 탐색하여 제안·개선하는 일이다.

학교안전강화를 위한 개선과제는 첫째, 물리적 차원에서 학교공간, 건물, 건물내부, 시설에 대한 자연적 접근통제, 자연감시, 영역성 및 관리 활동의 개선이 필요하다. 안전강화를 위한 정기적인 평가 및 개선활동을 실시 할 수 있도록 가이드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학교안전을 위해서는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이론에 근거하여 각 영역에 대한 물리적 차원에서의 학교안전평가기준을 마련하여 매년 이를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계해야 할 공간은 학교 자산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정의하며 학교와 지역사회 경계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고, 출입문을 제한하여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한다. 지역사회 개방공간과 학교 사이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안전하게 보호한다. 가능한 공간에는 외부인의 교내 무단출입을 막을 수 있도록 쉽게 오를 수 없는 형태의 담장을 설치하는 등 자연적 접근통제를 해야 한다. 또한, 자연감시를 통해 담장, 표지판, 조경이 가시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학교 출입문은 가시성이 매우 높은 지역에 두어, 외부인의 출입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직원이나 학생들이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쉽게 모니터 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학교 자산을 관리하고 지역사회의 주인의식을 증진시키고 영역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학교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도록 장려하는 방법 등이 있다.

 둘째, 조직적 차원에서 학교 내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유형의 사건·사고에 대해 실제적, 체계적 대응방안 마련과 연습이 진행돼야 한다. 학교안전강화를 위한 전술적 접근 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학습적 차원에서 인성 및 사회적 기술(Social Skill) 등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을 통해 안전한 학교풍토 조성을 위한 교육적 토대 구축이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방안 마련이 중요

정부-학교 간 선순환사이클과제

우리나라 학교 현장의 안전은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에 있을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떤 수준일까?

이에 대한 결론은 첫째는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흉기를 소지한 불법침입자가 학교에 출현했을 때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시나리오 별로 구체적으로 명기해 놓아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그렇지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는 모든 위험요소를 다루어야만 한다. 학교와 학교주변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들을 가정하고 안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주로 학교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상의 문제만을 주로 다룬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학교안전의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란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 때문에 학교안전의 위협요소들을 평가할 때, 지역 내 소방서, 경찰서, 응급구조기관, 산업체 등이 모두 참여해 학교안전의 위해요인들을 찾아내는 활동을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이고 디테일해야 한다. 예방, 보호, 경감, 대응, 회복이란 5가지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상황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접근방법을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교실 뒷면 등에는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이나 게시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게시물이 전체벽면의 20% 이상이 되지 않도록 규정한 주가 많다. 이는 화재 발생 시 불이 확산되는 것을 경감하기 위한 고려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안전의 혁신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당국이 학교안전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들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개별학교들이 학교안전에 대한 개선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별 학교들은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학교는 이러한 활동이 달성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공동으로 마련하여 실행하는 선순환사이클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국내 학교들 물리적 환경 대부분 열악

비용과 시간문제 보단 관심과 실천 부족

학교 내 시설의 경우 노후화된 건물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고 중대형 건물 가운데 화재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학교 안전시설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을까?

학교시설의 안전을 진단할 경우 국내 학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물리적 환경조성은 매우 열악한 결과로 드러난다.

출입통제시설의 미비, 운동장을 가로지를 수밖에 없는 차량동선, 분명하지 않은 대피경로, 비상시 탈출할 수 없도록 설치된 비상출입문의 시건장치, 소방관이나 긴급구조인력이 활용할 수 없는 부정확한 건물배치도 등등 실제로 상당히 많은 학교들에서 이런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설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학교에 대한 많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학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못하고 있다.

실제 많은 교직원들이 이와 같은 어려움을 말하고 있는 현실이며, 대부분 올바른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이란 현실적 장벽만을 이야기하는 경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제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안전에 관한 이슈를 연구한 많은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학교안전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이기보다는 관심과 실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을 중시하는 학교 풍토와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작은 변화들을 실천하는 데 있다. 예산과 지원을 기다리기 보다는 이러한 접근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표준화된 매뉴얼로는 위기대응 어렵다

실제 환경 고려한 매뉴얼과 반복 훈련 중요

한종극 한국학교안전센터 수석컨설턴트

미국 학교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하여 실행하도록 규정한 학교안전위기관리계획(crisis management plan)이 대통령령에 의해 개정되었다. 미국 로널드 스테판 박사가 보내온 학교안전비상운영계획(Emergency Operation Plan)에 관한 자료는 대학교가 소속된 고등교육기관용, 초중고등학교용, 그리고 대규모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의 사건사고 발생 시의 비상운영계획수립에 관한 가이드이다.

이를 기준으로 학교안전비상운영계획이란 매뉴얼을 개발해 일부 학교에 보급하는 활동을 수행했다. 국내 학교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매뉴얼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했으나, 딱히 존재하거나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답변하는 교직원들을 만나지 못했다. 학교는 개발된 학교안전비상운영계획에 대해 대부분 낯설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교육청 등이 배포하는 매뉴얼들이 존재하지만, 개별 학교들의 고유한 상황이나 환경, 그리고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표준화된 매뉴얼이기 때문에, 개별학교별로 작성된 비상운영계획초안에 낯선 반응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 교육청에서 작성된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매뉴얼을 검토한 결과, 역할과 책임 등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사고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담고 있지 않다.

특히, 학교가 보유한 대부분의 매뉴얼이 개별 학교의 실정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작성된 표준화된 형태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실제적 활용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교사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량이 과중할 뿐만 아니라, 현행과 같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요구 등을 고려하는 경우, 이러한 매뉴얼이 현장에서 지켜지고 이에 근거하여 훈련 등을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리의 대피훈련이나 안전교육 자체가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엔 지진이나 쓰나미 대피 훈련을 심할 정도로 반복하고 있다.

훈련이란 실제로 사건사고가 일어난 것을 가정하고 학생과 교직원들의 생명과 재산이 보호될 수 있는 행동요령이 체득될 수 있도록 진행돼야한다.

잘 아는 것도 재난 등 위기상황에서는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데, 알지 못하는 표준화된 행동만을 담고 있는 매뉴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오직 반복적인 훈련만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이라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의 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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