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프리랜서

함부르크와 브리스톨의 미래 계획이 관심을 끈다. 자동차는 공해와 안전을 위협한다. 안전한 미래의 설계를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한다

인류 발명품 중 가장 대박난 것은? 단연 칫솔을 꼽을 수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것은? 자동차를 앞자리에 세우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도시는 물론 농촌도 어지간한 집에는 차가 두 대 이상이다. 화물차와 승용차다. 몇 십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다. ‘좋아진 세상의 대표적 상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에 매료돼 자동차와 함께 하는 생활이 몸에 밴 인류가 서서히 그 폐해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동차로 인한 폐해는 크게 두 가지다. 공해와 사고다. 두 가지 모두 인류의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작은 편리함에 빠져 자기와 가족의 생명. 나아가 인류의 존망 까지 위협하는 자동차를 떼어 놓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소도시 까지 자동차가 주인이 되는 도시계획을 세우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도 어디 한 곳, 근본적으로 해결 된 곳은 없다. 갈수록 길은 막히고 인명 피해만 늘어날 뿐이다.

대책은 한 가지 뿐이다. 자동차를 멀리 하는 것이다. 차 없는 날, 차 없는 도로도 지정해 본다. 그래봐야 차를 멀리 하자는 캠페인에 불과하다. 별무효과다. 차 없이도 큰 불편이 없는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은 보이지 않는다. ‘슬로우 시티를 즐겨 찾으면서도 나의 일상에서 자동차를 떼어 놓지는 못하는 우리 탓이다. 거기에 우리 산업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정치·경제적 이유가 야합한 때문으로 이해한다.

복지가 갈수록 강조된다. 그러면서도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나라, 도시를 만들겠다는 노력과 의지는 부족하다. 공해에 찌들고 안전하지 않은 복지는 엄격한 의미에서 복지가 아니다. 공해 없고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 독일의 차 없는 도시 보봉을 다시 소개한다. 차 없는 주민이 70%에 달한다. 자전거 없는 집은 없다. 도로가 어린이들의 놀이터요 도화지다. 시민들은 안전하고 공해 없는 삶에 만족한다. 유입 인구가 늘고 있다.

녹색도시로 유명한 독일 함부르크가 10120년 후에는 차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요 시설을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하고 공원 등 녹지대를 더 늘린단다. 휴식이나 산책을 위해 자동차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니 차 없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계획이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부럽기도 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억제에 나선 지구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 분명하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전 연령대에 친화적인 도시를 향하여라는 보고서도 눈길을 끈다. 친화적인 도시의 핵심은 사람을 만나고, 주택 및 교통을 더 잘 설계하고 안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 했다.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모, 작성한 보고서다. 2070년을 향한 노력의 일환이다. 함부르크의 계획과 함께 지구촌 전체에 미래의 안전한 삶을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한다.

고향 영광은 어떤가. 미래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거의 모든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주차 단속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군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공직자들의 차량으로 꽉 찼다. 민원인들은 가까운 도로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 ·관 모두가 불편을 감수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모습이다. 이런 실정이니 주차단속을 할 명분도 없어 보인다. 이런 의식 속에서 미래의 설계가 나올 수 있을지 답답하다.

먼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외곽에 대형 주차장을 마련하고 셔틀 버스를 운행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먼저 불편을 감수하고 민원인들에게 주차 공간을 내줘야한다. 터미널 인근 주차 빌딩 건립도 시급하다.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습관화 되면 생각이 바뀔 것으로 믿는다. 그래야 공해와 사고로부터 안전한 영광의 설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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