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명(地名)들은 그 지역의 자연적 특성이나 독점성, 풍수학적 이론,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실이나 사건에 의해 붙여진 이름들이다. 그런데 대도시를 비롯해 각 마을의 지명에 이르기까지 수 천 수 만의 지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명에 신령 령()자가 들어가는 곳은 우리 영광을 비롯해 월출산이 있는 영암(靈岩)과 공주시 무성산 자락에 있는 영천리(靈川里)란 마을 세 곳 뿐이다. 그나마 영천리는 구전으로만 전해오는 지명일 뿐 문헌상으로는 한천리(寒川里)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영광은 백제 근초고왕(서기 350년 이후)때부터 무시위군(武尸伊郡)이라 했으며, 통일신라 경덕왕 16(757)에 무령군(武靈郡)이라 개칭하면서 신령령자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고려 성종 12(992)에 현재의 지명인 영광군이라 개칭 되었으며, 그 후 고려 현종 9(1018)에는 우리 영광을 오성군(筽城郡) 또는 정주(靜州)라고도 했다. 지금 우리 영광에 있는 정주 새마을금고나 오성석재 등은 이 때의 지명을 딴 것이다. 또한 고려 때는 우리 영광을 아로현(아는 날 로서 해나 빛을 뜻하며 로는 오다의 어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혹자는 우리 영광의 지명에 대해 신령령()자를 파자(破字)해서, 세명의 무당()이 비()를 맞고 앉아 입()을 놀리고 있으니 영광이 말이 많은 곳이라 하여 부정적인 견해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견해다. 오히려 신령령자의 짜임새를 보면 맨 위의 비()는 곧 물로써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며, 그 아래 세개의 입()은 모든 동물의 생명 유지를 위한 식구(食口)이며 또한 성경 창세기의 맨 첫구절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했듯이 인간의 말을 통한 정신적 가치를 의미하고, 그 아래 무당()은 위의 물과 입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생명과 정신적 생명까지 신과 소통시키기 한 기능의 전령(傳令)으로서의 역할자이다.

신령, , 좋음, 신통함, 괴다의 뜻을 지닌 신령령자에 감()이 따르면 신령스럽게 감정하여 알아본다는 뜻이 되고, ()이 붙으면 영묘한 경지 또는 아주 조용한 곳이 되며, ()와 합쳐지면 정신의 세계를 뜻하고, 귀접(鬼接)이 뒤따르면 귀신과 접하여 드러나지 않는 일을 알아낸다는 뜻이 된다. 또한 매()와 결합되면 신불(神佛)의 영()이나 사자(死者)의 영혼과 의사를 소통시켜주는 박수무당을 의미하는데 이는 우리 영광지역의 무속신앙이 강신무(降神巫)보다는 세습무(世襲巫)를 더 인정해주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은 단순히 빛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색()의 의미와 기운, 문물이 아름다운 문화, 영광스러움(명예), 위엄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두 자가 서로 조응한 영광(靈光)은 사혜(思惠)로운 빛, 임금의 사덕(思德)이란 뜻이 있으며 불가에서는 각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오묘한 영성의 빛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 영광은 어떤 이유에 의해서 이런 오묘한 영성의 빛을 상징하는 특별한 지명이 붙여진 것일까? 그 것은 우리 영광의 지형구조와 특성에 의해 붙여진 지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우리지역의 지형구조를 보면 영광읍을 중심으로 동북방향에서 시작된 태청산, 장암산, 불갑산, 삼각산, 월암산이 길게 남동방향으로 이어져 동쪽을 가로막고 있으며, 동북쪽인 대마면에서 서북방향으로 가는 쪽은 태청산과 고창군의 고성산에서 발원되는 와탄천을 따라 약간의 틈새를 내어주면서도 홍농의 금정산과 백수의 구수산이 서북 방향을 막아주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영광읍은 완전히 개방시키지 않고 성산이 감싸안고 있다. 또한 서쪽 칠산바다의 무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완전 개방이 아닌 설매산, 봉덕산, 조개산, 가음산, 석계산을 남북 방향 중간에 살짝 들여 않혀놓음으로써 동서남북 어디에서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나 태풍에도 잘 견디어낼 수 있는 지형구조다.

내륙쪽의 이러한 지형구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칠산바다의 섬 이름들은 낙월도(), 안마도, 송이도, 칠뫼(별 북두칠성), 위도(과거 영광 땅이었으며 북극성을 상징)등 어느 한 지명도 독립 된 것이 아니고 서로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영광의 해안선에 있는 지명중에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명들이 있는데 그 것은 바로 두()자 지명과 미()자 지명이 우리 영광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 동서남해안 어느 지역에도 우리 영광처럼 두자와 미자가 지명에 다양하게 분포된 지역은 없다. 영광과 북서쪽 경계를 이루는 고창의 고리포를 막 건너면 영광땅이 시작 되는데 그 곳이 덕게미이며, 가마미, 선창게미, 지나 법성의 자갈개미, 조아머리(좌우두:坐牛頭), 백수의 구시미, 대초미, 동백구미, 석구미. 초두(지금의 군남면 월흥리이며 옛날에 바닷가였음), 염산의 당두(唐頭), 굴미, 선배미등 이렇게 영광지역이 끝나고 함평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미자나 두자 지명이 거짓말처럼 없어진다.

이러한 지형적 특수성과 지명에 연관지어볼 때 신령령자는 영광의 서쪽을 물들이는 빛으로써 별빛, 달빛, 저녁노을이 되며 영(), (), 여성적, 과거적, 정신적, 종교적인 빛이고, 빛광은 동쪽의 산봉우리를 밝히며 떠오르는 태양으로써 과학적이고 실질적이며, (), 남성적, 미래지향적, 물질적, 과학적 빛이 된다. 그래서 우리 영광은 모든 생명의 근간이 되는 물(칠산바다)과 빛(음양의 빛)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서 세계적인 독점성을 지닌 곳이며, 그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나고 자라며 현재 살고 있는 우리 영광사람들 또한 오묘한 영성을 타고난 존재로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심(邪心)을 없애고 천심(天心)을 회복할 수 고귀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우리 영광의 선조들은 고래로 혼자서만 앞서가려는 삶보다는 모두가 함께 가고자 하는 삶을 살았다. 우리의 근대사만 봐도 그 것은 명백하다. 어느지역보다 근대 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우리 영광은 타지에 비해 수많은 지식인들을 배출해 냈는데 그 지식인들은 언제나 고향인 영광에 그 열정과 혼을 바쳤다. 일제치하인 1921년에 전국 최초의 유치원이 우리 영광의 민간인들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광의 특성은 반증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렇듯 영광(榮光)스런 영광(靈光)의 영원성을 위하여 군민들의 뜻을 모아 영광문화의 가장 핵심분야인 영광문학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