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금열 할머니의 76년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여야 정당은 날선 공방전이 한창이다. 강을 건너려면 빨리 건너라

돌아가신 내 어머니는 눈물을 자주 흘리셨다. 상여가 지나가면 으레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치셨다. TV에서 약간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이 주루룩이다. 살아 계셨다면 지난 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이 땅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내 어머니처럼 눈물이 많다. 슬플 때는 물론 기쁠 때도 말 보다 눈물을 앞세운다. 지난 한 해는 울보 어머니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 많이도 울었다. 세월호 참사만 생각하면 지금도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맺힌다.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으려고 마음을 다잡는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또다시 5천만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님아-’ 에 감동, 눈물 흘리는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보았다. 이기(利己), 배금(拜金)으로 감정이 메말라 각박해지는 세태를 우려했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이 저지르는 짓거리가 우리를 얼마나 팍팍하게 만들까 걱정했다. 노부부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 감동하는 국민들이 있어 다행이다.

89세 아내와 98세 남편. 눈싸움하고 낙엽을 던지며 즐거워한다. 살금살금 다가와 꽃다발을 내미는 할아버지. 즐거워 웃는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 만족과 행복이 가득하다. 그 꽃을 남편 귀에 꽂아주고는 인물이 좋다고, 안 늙었다고 치켜세운다. 조병만· 강계열 부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는 정말 감동 그 자체다. 이 감동 실화가 우리의 심금을 울린 것은 우리가 사랑이 부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87세 할머니는 76년간 감동적인 사랑을 나누고도 강을 건너는 98세의 할아버지에게 가지 말라고 한다. 같은 시기. 세상을 움직인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중앙에서는 강을 건너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105명의 저명인사들이 새 정치세력 건설을 촉구했다. 정동영이 새정치연합(이하 새정연) 탈당을 선언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길을 가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단다. 당 이름은 달라도 그가 대선 후보였던 당이다. 내려놓을 기득권은 있는가. 걸어온 길은 국민의 눈물을 흘리게 한 길이었는가. 그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 묻는다.

여야 대표들도 강을 건너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문희상은 강을 건너겠다는 정동영에게 따라갈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내뱉었다. 비아냥 수준의 평가절하다. “독재정권 시절 반정부 시위에 많이 참여했다는 김무성, 박정희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했다. 청와대측이 비박으로 분류되는 이군현 사무총장을 초청자 명단에서 제외, 강을 건넜으니 나도 건너겠다는 선언이다. 사생결단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양측의 선전포고다.

새정연에는 이미 무더기로 강을 건너는 사태가 예고되어 있다. 분당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분당 사태가 두려우면 양보하라는 공격에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역공으로 맞선 형국이다. 강 건너기를 불사하는 모습이 한반도 주변 정세와 많이 닮았다. 북한이 소니를 해킹하고 미국은 북한의 인터넷을 마비 시켰다. 인터넷 전쟁이다. ·북간, ·중간에 오가는 말들이 살벌해졌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투다.

배려와 존경, 사랑으로 세월을 쌓았다면 강을 건널 까닭이 없다. 새정연과 새누리당 모두 골이 너무 깊어졌다. 대충 봉합하고 가는 것은 국민과 나라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사랑과 배려 없는 동거 생활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 강을 건너려면 하루빨리 건너라.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하다. 국민은 존경과 배려, 사랑이 없는 정치와는 강을 건너고 싶다. 많은 국민에게 존경과 배려, 사랑의 위대한 힘을 가르친 로맨티스트 조병만·소녀 감성 강계열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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