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프리랜서

건강 핑계로 담뱃값을 대폭 올렸다. 세수증대 위한 꼼수다. 서민대중 불만 잠재울 대책 절실하다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 담배를 지독히도 많이 피워 호()가 공초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담배를 놓지 않았다. 주례를 서면서도 불을 끄지 않았다. 시인 오상순에게 담배는 그 자신이요 시였다. 절집에서도 그의 담배를 막지 않았을 정도다.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다고 노래했다. “이쪽저쪽 호주머니에 담배가 그득하면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부자지. 담배가 달랑달랑하면 나보다 가난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시인이 자주 한 말이다. 역사상 가장 담배를 좋아한 인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상순의 하루 담배 필요량은 200개비라는 것이 정설이다. 자기가 피울 140개비와 남에게 권할 60개비다. 밥과 잠자리 없이는 살아도 담배 없이는 못사는 애연가가 사랑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엔 담배 냄새 나지 않는 남자와 키스를 하느니 담벼락에 입을 맞추겠다는 여자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있다. 그로부터 50여년. 이 땅의 애연가들은 사면초가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협박(?)100%에 가까운 가격인상, 흡연 장소 제한 등으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담배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가격을 대폭 올리는 방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값이 부담이 되는 서민대중에게 돈 없으면 담배도 피우지 말라는 정부 당국의 정책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가난한 서민에게서 담배 피울 자격마저 빼앗아 간 결과다. 담배는 점차 서민 기호품으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건강을 이유로 점차 멀리하는 추세와 비례한다. 속상하는 일들이 많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 담배를 이용, 세수를 증대하겠다는 발상이 지극히 반서민적임을 지적한다.

서민 건강에는 서민 위주의 경제 정책이 최고의 명약이다. 서민은 누구인가. 정부 말 잘 듣는 사람들이다. 부동산 투기 못하는 사람들이다. 병역의무에 가장 충실힌 계층이다. 주민등록법, 국토이용관리법 위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작은 소득도 다 드러내놓고 세금 착실히 내는 사람들이다. 자식 등록금 걱정에 가슴을 치는 사람들이다. 취직 못한 자식 때문에 가슴에 멍이 든 사람들이다. 인사청문회에 나가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담배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 강국에 비해 담배 값이 싼 것은 사실이다. 올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사들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올리겠다는 꼼수를 써서는 안 된다. 정부 당국에 묻는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으로부터 세수를 올릴 방안은 없는가. 그들의 조세저항이 두려운가. 정치적 지지기반의 반발이 두려운가. 서민이 만만한가. 서민은 정치적 지지기반으로서 가치가 없는가.

소득과 행복지수는 전혀 무관하다. 다 안다. 우리는 10위 안팎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한다. 행복지수 순위는 50위 밖에서 맴돈다. 권력의 지나친 집중으로 나라가 비틀거려도 개헌을 말하지 못하게 해서다. 정치를 못하는 집단, 못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을 뽑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기적인 사람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아는 사람들이 득세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공평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가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 국민이다.

서민대중은 나라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그 기반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담배 값이 없어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그들의 집단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개비 담배를 찾고 봉초를 찾는 서민의 박수를 받을 정책을 주문한다. ‘쇠귀에 경 읽기이겠지만, 들은 체 만 체 하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한다. 다시는 서민대중을 상대로 꼼수를 쓰는 정부가 없어야 한다. 언론이 소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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