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황태에서 왕따로 전락, 눈물을 감춰온 정동영이 탈당 했다. 더 이상 수모를 견디지 않겠다는 의지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민주시민 뿐이다

정동영이 사고를 쳤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대단히 감동적인 메시지다. 문제는 국민들이 감동 없이 흘려듣는 것이다. 정동영은 물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 자신이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한 정치를 했다. 정계 입문부터 화려했다. DJ의 낙점을 받아 수월하게 국회의원이 됐다. 열린우리당 의장에 이어 대통령 후보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국민의 눈물은 안중에도 없는 황태자의 길이었다.

정상에 오르면 그 후엔 내리막이다. 앞모습 보다 뒷모습을 많이 보이게 된다. 대선에 실패한 정동영은 친노그룹으로부터 사실상 왕따신세였다. 당의 최고 원로로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나이가 있으니 정치를 떠날 수도 없었다. 그의 요구는 늘 공허했다. 당은 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희생양을 삼았다. 당선이 불가능한 지역만 골라 공천 했다. 대권의 문턱에까지 간 경륜이 있는 정동영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정동영은 그때마다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름은 크다. 존재감은 갈수록 작아졌다. 원로로서 예우는커녕 귀찮은 존재로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네 집안으로 치면 싸가지 없는집안이다. 그런 집안이 잘될 턱이 없다. 대폭 뜯어 고쳐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코앞이다. 분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문재인이 대표가 되었을 경우를 전제한다. 말만 무성하다. 흐지부지 될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다.

분당 불가론의 중심에는 현역 의원들이 있다. 분당과 이합집산이 이뤄질 경우 자신의 입지도 불안해진다. 분당과 창당의 어려움만 강조한다. IMF때 현금 많이 가진 부자들이 그랬단다. “지금만 같아라라고. 총선을 1년 앞둔 현역 의원들의 심정도 지금이 좋은데가 아닐까 한다. 새정치연합의 뿌리는 민주당. 지지 세력의 뿌리는 호남. ‘친노그룹이 판치는 새정연은 희망이 없다. 호남의 민심이다.

질 수 없는 총선, 질 수 없는 대선을 말아먹은 친노에게 더 이상 자양분을 공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세월이 갈수록 호남의 정치 리더십만 약화되고 있으니 당연하다. 민심을 거스르고 분당을 막는 명분만 들이대는 현역의원들의 셈법과는 거리가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호남 정치 리더십이란 대명제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치인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믿자니 바보 되기 십상이다. 안 믿자니 다른 길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70년을 살았다. 민주 시민의식이 살아 있는 사회, 나라라면 현재의 새누리당과 새정연은 정치의 중심 세력으로 존재할 수 없다. 두 당 모두 불통, 비민주, 계파 이기주의에 함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상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민주시민 뿐이다. 정치의 미래를 정치에 맡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 화해, 소통, 행복 등 온갖 아름다운 수식어로 국민을 홀렸다. 결과는 흐지부지.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바로 선다. 국회의원이 개헌을 말하지 못하는 나라가 민주주의 공화국 맞는가. 수십조 원을 낭비한 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가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의 법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몇 십만 원만 가져도 추운 방 신세를 면하는 서민이 지천이다.

정치판이 정동영은 무시하드라도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에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나도 참 속 없다. 민주 시민과는 한참 먼 대통령이 건재 하는데 바랄 걸 바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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