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독일인과 프랑스인

지정학상 민족이라는 개념이 옅은 유럽에는 나라마다 국민성을 빗댄 우수갯 소리가 많이 전해 오는데 그 중 독일사람과 프랑스사람들의 기질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독일 사람은 한 명이면 천재(Genie)지만 두 명이 모이면 조직(Organization)을 만들고 세 명이 모이면 전쟁(Krieg-War)을 한다.

프랑스인은 혼자 있으면 철학(에스프리 L'esprit)을 하고 둘이 있으면 사랑(Amour)을 하며 셋이 모이면 혁명(La revolution)을 한다.

근세시대 앞서거니 뒷서거니 유럽대륙을 주름 잡았던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는 멀리 아리안족에서 갈려나온 게르만의 분파이다.

하지만 거주환경이 달라서였을까?

두 나라는 한 나라로 볼 수 있을 만큼 국경을 이웃하고 있지만 위의 우스갯 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족 간 사고방식은 사뭇 다르다.

춥고 습한 북쪽 땅에 사는 독일인들은 준엄하고 무뚝뚝하며 무게를 잘 잡는 편이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의 프랑스 사람들은 수다스럽고 낭만적이며 매사가 긍정적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나라?

우리나라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이는 이 속담을 두고 남의 성공을 배 아파하는 질투심이 자신으로 하여금 더 분발을 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는 견인차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또 한편에서는 사촌을 생각하는 선의의 속담이 일제에 의해 악의적으로 왜곡되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사실이야 어찌되었건 그 질투심이 도를 넘었을 때 무고와 왜곡, 모함과 음해, 투서가 세상에 판을 치게 되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운명까지도 바뀌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이 보아왔다.

남이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칭찬해 주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의 성공을 칭찬은 못해 줄망정,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한심한 소인배들의 배앓이에 다름 아닐 것이다.

바닷가 게잡이 어부의 게구덕에는 뚜껑이 없다고 한다.

필사적으로 구덕의 벽을 기어오르는 게를 뒤 따르는 게가 발목을 잡고 늘어짐으로써 결국 아무도 탈출할 수가 없기에 굳이 뚜껑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내 이웃의 잘됨을 기뻐한다는 한자의 사자성어이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생물학적으로 사촌뻘 되는 수종이다.

그러나 잣나무는 사촌인 소나무가 무성하게 잘 자라면 배를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워하고 기뻐한다는 뜻이다.

나무가 필요한 햇볕을 받기위해서는 배타적인 영역이 필요하기에 나보다 무성하게 자라는 나무를 보고 기뻐할 리는 만무하겠지만 이런 사자성어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이웃이 잘되어가는 꼴을 못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우월한 기질을 가진 민족

세계는 그 나라의 역사나 민족성, 기질 등을 비유하는 속언이나 우수갯소리들이 전해온다.

한국에도 한국인들의 기질과 민족성이 속담에 담겨 전해 오는데 인내와 끈기, 정으로 비유되는 우리 한민족의 기질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속담,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토분쟁과 종교전쟁 등 형제간에 죽고 죽이는 전쟁으로 날을 샜던 유럽인들의 가공된 민족성에 비해 사촌 속담 하나만을 들어 우리민족이 비겁하고 열등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나 일제 식민사관의 왜곡된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물론 인진왜란 처럼 개인의 시기와 질투심으로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뜨렸던 슬픈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IMF사태나 세월호 사고에서 보았듯이, 우리 한민족은 국가나 이웃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내 일 네 일을 가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서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위대한 민족이다.

단지 앞뒤를 분간할 줄 못하는 몇몇의 소인배를 제외한다면 우리민족은 지구상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도 우월한 기질을 가진 아름다운 민족임을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남의 잘됨을 배 아파하며 모함하는 일이 자신을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소인배적 사고라는 사실만은 우리 모두가 역사를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끝으로 영광신문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2015년도 우선 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정론직필을 통한 언론창달을 사명으로 민의가 있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던 투철한 기자정신이 만들어 낸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 믿으며 영광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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