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권/ 영광군농민회장

보통 협동조합의 태동은 같은 직업과 처지의 사람들이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의 조직된 힘으로 자신들의 이익과 제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결성하는 자율적 성격의 연대체로 출발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의 농업협동조합은 1961년 박정희군사독재정권의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초법적 기구가 만든 농협법 제정으로 정권의 농업, 농민, 농촌 통제 목적을 실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는 하향식 일방주의 방식으로 만들어 놓은 기형적 역사를 갖고 있다.

54년이 되어가는 한국 협동조합의 역사는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조합장들의 전횡과 권력이 난무하고 견제 장치가 무너지고 조합 운영의 투명성(조합장 임원의 정보 독점)이 상실된 농민 굴종의 역사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번 동시 조합장 선거만 보더라도 농협의 중앙 통제 기구인 농협중앙회의 꼼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기만적 선거제도가 현실화되면서 선거를 통해 분출될 농협 개혁의 목소리가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다.

현직 조합장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를 만들어 중앙회와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기득권을 보다 더 강화하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영광지역 협동조합 선거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몇몇 조합의 도덕적 해이와 끊임없는 사고는 견제 장치 없는 농협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일탈 행위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해당 조합장의 책임 떠넘기기가 도를 넘고 있고 임원들의 침묵과 사건 은폐, 자신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파장을 두려워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특히 이명박 정권하에서 규제가 풀린 관외 대출 문제는 향후 주택 시장 변동에 따라 조합의 심각한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뇌관과 다름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금번 관내2개 조합의 불행한 사건 모두 무리한 관외 대출 과정에서 비롯되었고 이런 과정은 향후 채권 부실화의 직접적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의 장기적 전망, 대출 대행 기관의 신중한 선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부재 등 조합 여수신 업무의 허점과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실한 조합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조합장과 임원의 책임과 재발방지 대책을 묻고 따지는 선거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어찌 보면 금번 동시조합장선거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이런 역사를 되풀이 할 겄인가?

농협이 농민적 개혁으로 제자리를 잡으면 농업, 농촌문제 절반이 해결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합원들의 깨워있는 의식 없이 조합을 개혁한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연고주의와 돈 선거를 물리치지 못하면 농협의 현실은 제자리가 아니라 엄청난 후퇴를 자초한다.

조합을 부실하게 운영해도 돈 선거의 공범인 조합원은 절대 문제제기 못하는 것이 상례이고, 오히려 조합장을 앞장서서 두둔하는 사례를 무수히 지켜보지 않았는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지닌 돈 선거를 단호히 배격하는 금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여야 한다. 그것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지역농업을 다시 세우고, 진정한 농민 권리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돈 선거에 뿌려진 더러운 금품과 결코 맞바꿀 수 없는 부가가치 창출은 깨끗한 선거를 주도하는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몫이다.

3.11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기형적 선거제도로 치러지는 잘못된 선거 관행이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박차고 지역 농업과 농협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각오로 익숙한 관행들과 과감히 결별을 선언하는 2.11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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