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이완구 총리 후보가 매를 벌었다. 자기가 얼마나 힘이 센가를 과시했다. 언론사를 쥐락펴락 하는 비민주적 인물은 민주국가의 총리가 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발표 당시에는 상당히 자신만만한 카드로 여겼을 것이 틀림없다. 이틀간의 국회 청문회 결과를 지켜보고도 생각은 바뀌지 않았을까. 나 같은 보통사람들과는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안대희와 문창극에 이은 세 번째 카드. 청와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검증을 마치고 이 카드도 낙마 시킬 수 있겠느냐는 듯 의기양양하게 발표한 것으로 짐작된다.

대통령이 날린 이 회심의 한방은 어느 후보자보다 강한 반발을 불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은 비리 종합선물세트 수준 이라고 했다. 그의 언론관에 대해서는 공포 수준이라며 부적격자로 낙인찍었다. 분당과 타워팰리스에서 부동산 투기를 했다. 부자(父子) 2대에 걸쳐 병역비리 의혹을 사기 충분한 정황이다. 여기까지는 이 나라에서 벼슬한 사람들 대부분 비슷하다. 특별하지 않다는 얘기다. 여당과 청와대가 밀어붙여도 넘어갈 수 있다.

매를 번다는 말이 있다. 매 맞을 짓을 스스로 한다는 말이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입으로 를 벌었다. 그의 언론관은 야당 의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공포그 자체다. 자신이 언론을 통제할 힘이 있다고 과시했다. 어떻게 죽는 줄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기자 출신들을 교수도, 총장도 시켜줬다고 했다. 김영란법을 자신이 막고 있었는데 이제 통과 시켜 기자들 혼나보라고도 했다.

이 후보자는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에서 근무했다. 그 공로로 훈장도 받았다. 그의 언론관은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기자들을 무더기 해직 시킨 전두환 정권과 똑같은 수준이다. 이 같은 언론관을 가진 인물이 이 나라의 국무총리가 된다면? 이 나라는 결코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힘으로 밀어붙여 총리 임명을 강행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새누리당에서는 임명을 강행하려는 기류가 엿보인다. 청와대도 비리종합선물세트공포 수준의 언론관에 입을 굳게 닫고 있다.

권력을 가진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화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대통령의 국민 직선과 지방자치 실시가 민주화라고 주장하면 할 말 없다. 제도적으로는 분명 민주화다. 아쉽게도 현실적으로는 민주화와 거리가 먼 모습이 도처에 보인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자치단체장의 황제적 권력, 횡행하는 의 횡포 등이다.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대중 대통령이 MB 정권 시절 민주화의 후퇴를 우려, 경고한 이유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까지 낙마할 경우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 청문회가 아니라 변호에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이 시대 국민들이 요구하는 총리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야당과 모든 언론 단체로부터 비민주적인데다 비리까지 많다는 이유로 몰매를 맞고 있는 인물을 국민이 요구하는 총리로 확신한다니? 상식이 있는지 의심된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묻고 싶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인 나라에 사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당 대표의 신랄한 비판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경제 활성화만이 답이라고 우기는 대통령이 안타깝다. 소수의 틀린 의견마저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 보다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뜻에 따른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국민의 의견은 어떻든 권력자의 소신이 이끄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언론 전체를 상대로 질을 한 인물은 결코 총리가 될 수 없다. 돼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은 5년 전 민주화 세계 랭킹 20위 국가다. MB정권과 박근혜 정권 5년 동안 민주화의 후퇴를 실감한다. 민주화 후퇴는 경제 후퇴를 동반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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