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정동영 출마로 전통적 야당 텃밭 관악을에 새누리당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광주 서구을 까지 무너지면 내년 총선도 어둡다. 여당의 승리는 호남의 재앙이다

목련의 뒤를 이어 벚꽃도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정동영 전의원이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가 가져다 준 함박웃음이다. 정 전의원은 며칠 전까지 불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정 전의원의 출마는 친정인 새정치연합(이하 새정연)에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관악을은 전통적 야당 강세 지역으로 새누리당이 감히(?) 기대할 수 없는 지역이다. 야권 후보의 난립으로 표가 분산,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여기에 정동영 출마라는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달 하순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후보의 압도적 당선이다. 정동영과 새정연 후보를 합하면 야권 후보의 승리다. 정동영이 출마만 해준다면 새누리당은 한 석을 건지는 결과다. 새누리당의 기대에 부응, 정동영이 막판에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야권 분열로 위기를 맞은 새정연에 정동영이 결정타를 먹여 여당이 반사 이익을 챙기게 됐다.

정 전의원의 출마의 변은 너무도 비정치적이다. 국민동행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영입에 실패했으니 본인이라도 나선다고 했다.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 후보였던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뚜렷한 정치적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낙선하면 상처 뿐이다. 자칫 정치 생명이 끝날 판이다. 네 곳이나 옮겨 다니면서 출마한 것을 의식한 듯 관악을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자신이 창당 주역이었다. 대선 후보였다. ‘철새라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거물 정치인의 너무나 비정치적 행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 새누리당 후보의 여유 있는 당선이 예상된다. 정동영을 비롯한 야권 후보는 낙선이다. 정동영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국민동행은 정당으로서 틀도 갖춰보지 못하고 스러질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불통과 부자프렌들리정치는 계속된다. 1년 후 치러질 총선, 1년 후의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승리가 눈에 보인다. 새누리당이 정치를 잘 해서가 아니다. 야권의 헌납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의 새누리당 승리가 호남에는 재앙이다. 호남 인재 발탁에 인색해야, 호남을 홀대해야 집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 자리잡을 가능성 때문이다. 성에 차지는 않아도 새정연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이유다. 계파 싸움으로 집권에 실패한 뒤를 돌아보면 당장에라도 분당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새정연의 분당이 새정연의 약화를 초래, 새누리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는 결과다.

친노와 비노의 계파 싸움을 마감하고 집권을 위해 힘을 모으는 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도 지난 총선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 지역민들이 원하든 아니든 분당 수순을 밟게 돼있다. 새정연의 각성을 위해 새정연 후보를 버리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순천·곡성에서 이정연을 당선시켰더니 예산폭탄이 왔다고? 눈깔사탕으로 우는 아이 달래는 격임을 알아야 한다. 곡간은 텅 비었는데 쌀 몇됫박 나눠 받은 꼴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연 의원들은 당을 못마땅해 하는 호남 민심을 잘 안다. 계파 싸움을 계속하면 민심 이반으로 당이 망한다는 점도 잘 안다.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아직 때릴 때는 아니다. 분당은 1년 밖에 남지 않은 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낳는다. 견제는커녕 독주만 부추기게 된다. 민주주의와 역사의 후퇴를 가져온다. 우리의 텃밭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텃밭을 내주면 그나마 빈털터리가 된다.

광주 서구을에서는 연고도 없는 천정배가 광주 토박이나 다름없는 새정연 후보 조영택을 위협한다. 광주가 무너지면 수도권 등 전통적 야당 강세지역의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다음 총선에서도 계파 싸움으로 패한다면 회초리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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