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우리농업의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2~3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농산물 값의 예기치 않은 폭락 사태는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10%, 20%정도가 아니고 반값으로, 반에 반값으로 폭락하고 있다. 이런 품목이 한 두개 품목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대부분이 해당되고 있다. 작년 나락 값의 하락 추세는 올해 나락 값 역시 도저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말이 75%이지 75%하락이면 값이 반에 반값이 되었다는 것이다. 1000원짜리가 250원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과연 농업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가격폭락을 지켜보고 있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가을이 지나가도 감들은 나무 위에 방치되고 배추는 배추밭에 나뒹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농비는 천정부지 오르기만 하고...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는데 인건비와 영농자재비는 계속 오르고만 있다. 2014년 한지마늘 상품 한접 평균가격은 28,259원이었다. 지난 5년간 마늘 한 접의 평균가격은 26,715원이었다. 5년동안 마늘값은 5.8% 올랐다. 그러나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2009300(10아르)656,762원에서 20141,547,553원으로 136%가 올랐다. 같은 기간 농약값은 59,904원에서 74,426원으로 24%가 올랐다. 비료대는 210,702원에서 235,997원으로 12%가 올랐다. 결국 마늘 총생산비(10a)5년전 1,676천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2,788천원으로 67%가 올랐지만 가격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파는 어떤가? 2014년 양파 상품 1kg가격 588원이었다. 지난 5년간(2009~2014) 최고와 최저값을 제외하고 평균 양파1kg 평균가격은 871원이었다. 5년간을 비교하면 30%정도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그러나 생산비는 50%이상이 올랐다. 어떻게 농사를 지으란 말인가?

 

 

농업은 발전한다고 하는데 농업소득은 도리어 떨어지고 있으니...

농산물가격은 폭락하고 영농비는 계속 오르고 있으니 작목별 소득율이 떨어지고 농업소득은 줄어들고만 있다. 농업총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 즉 농업소득율은 201037%에서 201332.7%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품목별 소득율의 추이도 대동소이하다. 쌀은 199675.6%에 달했던 쌀 소득율은 200570%2013년에는 67.3%로 떨어졌다. 2005년부터 고정직불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딸기( 53.4%50.2%), 고추(71.1%64.5%), 마늘(60.2%56.5%)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농업생산성이나 농산물 품질은 계속 좋아지고 있으나 농가당 농업소득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이후로 농가당 농업소득이 1,000만원을 밑도는 해가 많아졌다는 보고이다.

 

 

더 커져만 가는 위기

1993UR협상이 타결되었을 때 우리 농업은 끝나는 줄 알았다,. 그 뒤 2003년 한칠레와의 FTA를 필두로 미국,EU 등과 자유무역협정이 줄줄이 체결되었다. 그 때마다 농업계는 농업이 죽게 된다고 아우성이었지만 그런대로 지탱해왔다. 그러다 중국과의 협정이 체결되자 점점 그 여파가 실감이 나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다가 축산강국인 뉴질랜드와의 FTA협정은 축산농가들의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증거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2014년 가을 한 농업신문에서 조사한 바, 대한민국 유명 할인마트의 과일매대는 이미 수입과일 전시장이 된지 오래라는 기사가 났다. 축산도 예외가 아니어서 작년 소고기 수입량은 약 5%가 늘었고, 돼지고기는 22.3%, 닭고기는 최고치의 수입율을 갱신했다고 한다. 수입품의 품질도 점점 좋아져 소비자들도 수입농축산물에 대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의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충성도는 점차 낮아져 200937%에 달하던 충성도는 2014년에는 3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대형마트에선 최저가 판매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질것이니 앞으로 우리농산물의 입지가 얼나나 위축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증가

가격탄력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에게는 조금만 생산량이 늘거나 줄어도 가격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믿을 수 있는 품목들이 점차 사라지다보니 옆에서 무슨 무슨 품목이 잘된다네..’라는 정보만 뜨면 농민들의 마음은 그 쪽으로 확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니 소위 괜챦다는 품목은 생산면적이 늘고 생산량이 늘다보니 가격은 폭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가 농업생산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시설의 현대화 과학화는 생산량의 증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게 한다.

 

 

어찌하여야 하는가? 무엇이 대안인가?

이런 비정상적인 가격폭락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도입하자고 주장해온 기초농산물 가격보장제는 말만 요란할 뿐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값이 오를 때는 득달같이 수입하면서 값이 폭락하면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농업홀대 정책은 이미 검증(?)될대로 된 것아니었던가? 생산비는 오르고 가격은 폭락하는데 시장 개방은 가속화되고 있다. 어찌해야하는 가? 무엇이 대안인가?

전국의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들끼리 하나의 조직을 이루어 재배면적과 생산 및 출하량을 조정해야 한다. 생산과잉 사태가 오면 시군단위, 주산지 단위로 아무리 대응을 하려해도 가격폭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가격폭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과잉물량을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해야 하는데 수매해서 창고에 쌓아둔다고 격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아예 산지에서 폐기를 하든지, 추가로 가공을 하든지, 수출을 하든지 해야 한다. 이런 것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품목별 조직화인 것이다.

이런 조직체를 만들어서 품질을 관리하고, 생산량을 조정하고, 가격협상을 하면 유통문제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거대시장인 중국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판매 및 수출전문회사를 만드는 비빌 언덕을 품목별 조직화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실 품목별 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안됐을까? 아마도 우리 스스로 애초 생산량 조정이 가능한 전국 규모의 조직화를 목표로 하지 않았던지, 우리끼리가 아니라 외국 농산물과 경쟁해야 한다는 글로벌 마인드가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완전 개방과 국내 생산량 증대로 농산물 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져버린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시군단위, 지역농협 위주의 조직화로는 시장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철저히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이해 당사자인 농민이 직접 주도하지 않고 정부나 행정기관, 농협이 나서서 무늬만조직화를 추진해 왔던 과거의 행태를 답습한다면 또 실패의 터널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농산물 값이 떨어진다고 공무원이나 농협이 직접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분들은 절실할 수가 없다. 결국 농업문제는 농민의 문제다. 당사자이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농민이 움직여야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농관련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무엇이 농민들을 위하는 길인가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