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은·김양순 부부

봄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고 맑았던 지난 9, 일생일대의 가장 소중한 경사라 일컫는 혼례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의 혼례식 현장을 찾았다.

결혼 18년 만에 전통혼례로 백년가약

말 타고, 가마타고찰보리축제와 함께한 특별한 혼례식

군남찰보리축제가 한창인 군남 지내뜰 옹기·돌탑공원에서 전통혼례식이 진행돼 관락 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초례상을 마주하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원삼과 활옷, 사모관대를 곱게 차려입은 신랑신부는 마치 사극 촬영장을 옮겨 놓은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혼례식의 주인공은 군남면청년회원인 전진은(37)씨와 신부 김양순(37)씨로 양가 부모와 친척, 관람객 등 300여명의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이날 전통혼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족두리 쓰고 연지곤지 수줍게 찍은 새색시의 단아한 자태다. 웨딩드레스와는 다른 화려함이 느껴졌다.

집례자가 ~친영~”(行親迎禮)를 선언하며 혼례 시작을 알리자 말을 탄 신랑이 유채밭 사이를 지나 지내뜰 광장으로 등장했다.

실혼을 올리는 이 부부의 초례상에는 장닭과 암탉이 올랐다. 신랑·신부가 서로에게 절을 하는 교배례(交拜禮)를 거쳐, 술을 나눠 마시며 부부가 됐음을 서약하는 서배우례(誓配偶禮)와 근배례(杯禮)에 이르고, 두 사람은 300여명의 관객 앞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식을 마치겠다는 집례의 예필 선언 후 신부가 가마에 올라 신랑의 집으로 향하는 순서까지 전체 예식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가량. 하지만 누구 하나 지루해 하거나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랑·신부나 하객들 모두가 진짜 결혼식한판을 푸지게 감상했다는 느낌, 여유와 흥이 있는 그 맛에 주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혼례를 치른 신랑은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주며 아이들을 잘 키워준 아내에게 늘 고맙다많은 사람들이 축복해준 만큼 서로 아끼며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동갑내기인 부부는 20살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큰딸 하림(18)과 둘째 민엽(13), 셋째 예섭(9) 막내 가온(1)까지 4남매를 키워오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일찍이 집도 장만하고 제법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남편 전 씨는 가족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 편의점 납품업무와 군남가스 운영을 병행하고 있어 매일 새벽 4시면 집을 나서며 저녁 7시나 돼야 하루 일과를 마친다.

아내 김 씨는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열심히 살아온 남편을 존경하며, 고마움을 느낀다가족 모두가 존경하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아내로서 더욱 열심히 내조할 것을 전했다. 여보, 술 좀 조금만 줄여요라는 애교스러운 한마디도 빼놓지 않았다.

일찍 결혼한 탓인지 부부는 형식적인 절차가 싫어 지금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군남청년회원들의 권유로 약 18년 만에 전통혼례를 통해 백년가약을 맺게 된 것.

부인 김 씨는 전통혼례를 치르는 것에 시부모님들께서는 좀 서운해 하셨어요. 번듯하게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려 입고 좋은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길 바라셨거든요. 하지만 막상 격식 있게 치러지는 전통혼례에 만족해하셨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니 더욱 좋았다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많은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혼례로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길 바래본다. /최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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