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모두가 하나 같이 희고 푸르른 뜻을 묻지 마라 그대 스스로 필요치 않거든

어느 날 밤 숙종 임금님은 민정을 살펴보기 위해 암행(暗行)을 나갔다가 쉬기도 하고 목도 축일겸 한 주막에 들렀다. 친절하고 예의바른 주인장의 안내를 받으며 방 안에 들어선 숙종은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유아무와인생한(侑珴無蛙人生恨)’이라는 글귀를 보게 되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임금님이었지만 도무지 그 뜻을 알길이 없었다. 호기심이 동한 임금님은 주인장을 불러 술잔을 건네며 벽에 붙어 있는 그 글의 뜻을 물었다. 주인은 주저주저하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옛날 옛적에 꾀꼬리와 뜸부기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뜸부기를 만난 꾀꼬리는 다른 건 몰라도 노래라면 내가 끝내준다.”며 자기 노래 솜씨를 자랑하였습니다. 이에 약이 오른 뜸부기는 웃기지마. 너보다는 내가 더 잘해.”하면서 억지를 부렸습니다. 서로 잘한다고 옥신각신하다가 둘이는 내일 그 마을의 최고 어른인 황새 앞에서 누가 더 노래를 잘하나 내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꾀꼬리는 평소 노래 실력이 있었지만 뜸부기를 깔보지 않고 집으로 곧바로 돌아가 내일 시합을 위해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나 뜸부기는 지금 당장 아무리 노래 연습을 해도 꾀꼬리 노래에 당해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황새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심사할 때 자기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연못으로 달려가 개구리를 잡아 가지고 황새집에 찾아 갔습니다. “황새 어른, 언제나 시장기가 돌면 저를 불러 주십시오.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대령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황새는 매우 흡족해 하며 개구리를 단숨에 다 먹어 치웠습니다. 그런 뒤 뜸부기는 집에 가서 실컷 잠을 자고 다음 날 약속한 장소에 가서 꾀꼬리와 노래 시합을 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심사 위원인 황새는 꾀꼬리는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참 잘 불렀다. 하지만 너무 목소리가 방정맞고 요사스러워 듣는 이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뜸부기는 목소리는 별로지만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특히 일관성이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노래 시합에서는 뜸부기가 이겼다.”고 심사평을 했습니다. 실력이 있는 꾀꼬리는 뇌물을 먹은 황새의 심사 판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주인은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아십니까? 저는 가난한 선비 집안에 태어나 일찍이 천자문부터 시작하여 열심히 공부해 과거 시험에 임했지만 번번이 뇌물을 갖다 주는 뜸부기와 같은 인간, 황새와 같은 관리들이 있어 계속 낙방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저 건너 김 아무개는 어려서부터 못된 짓만 하고 자기 이름 하나 못 쓰는 사람인데 쌀 2천석을 주고 지난 번 아무개 고을 사또로 갔습니다. 나는 그런 뇌물도 없고 설사 그런 뇌물이 있다 해도 벼슬을 사서 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는 해야겠고 하여 이렇게 초야에 묻혀 주막을 경영하고 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금님은 이같은 부정부패한 실정을 느끼고 대궐로 돌아가 심사숙고 끝에 주막 주인 같은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특별 과거 시험을 본다고 방을 써 붙이게 하고 직접 과거 시험장에 나가 어제(御題)侑珴無蛙人生恨으로 내걸었다. 말할 것도 없이 장원 급제한 주막 선비는 임금님을 도와 훌륭한 정치를 했다 한다.

요즈음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황새와 뜸부기 같은 정치인, 관리들이 판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일국의 재상을 지낸 이완구 전 총리로부더 여당의 대표까지 지냈을 뿐만 아니라 한 때 검찰에 몸담고 있으면서 거물급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응징했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그 외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겐 여.야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털어서 먼지 안나올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또한 영광에선 지난 4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 수억원대의 현금이 뿌려지고 전.현직 정치인들과 다수의 조합원들이 연루되었다는 기사가 본지를 비롯해 지역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학에게 가져다 바칠 개구리가 없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개구리를 받아먹고 뜸부기의 손을 들어주는 학과 같은 위정자, 뜸부기와 같은 모리배들이 모든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 나라의 장래를 염려하고 있다.

碧海白岩(벽해백암)-푸른 바다 흰 바위

藍天碧海鬱鬱蒼(남첨벽해울울창)-파란 하늘 쪽빛 바다 울창한 푸른 숲

白沙同色波岩鳥(백사동색파암조)-백사장 흰 파도 흰 물새 하얀 바위

諸部一樣淸白志(제부일양청백지)-모두가 한 결 갗이 희고 푸르른 뜻을

莫問伴食自不須(막문반식자불수)-관리여! 묻지 마라 그대 스스로 필요치 않거든...

伴食:정객을 따라다니며 대접을 받음,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를 비웃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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