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영광군청 군수집무실 앞이 한수원의 온배수 사용에 따른 피해어민들의 농성장이 된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어민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을 식히는 데는 바닷물이 필요한 것이 원전가동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런데 이 바닷물을 채취하고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과정에 발생한 온수가 바다를 데우는 역할을 하자 영광 앞바다의 해양생태계가 완전 변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취수구를 통해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영광 앞바다에 살고 있던 어족들은 취수구에 무차별적으로 걸려 하루에도 수만마리의 물고기들이 죽고 있다는 것이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생태계의 인위적인 파괴현상은 영광해안의 어족들의 씨를 말리고 있으며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쳐 10여년 전만해도 여름철새인 도요새떼들의 중간기착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칠산갯벌이 점차 텅텅 비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빛원전 측에서는 서해안의 어족 고갈은 일반적인 상황이지 영광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논리로 논점을 비켜만 가고싶어 한다.

이 와중에 공유수면 점유 및 사용 재허가 문제가 터졌고 이를 어민들의 피해를 적극 수렴해서 대안을 마련해 풀지 못하고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이 뜨거운 감자를 허가해 줘버린 영광군은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접점을 찾지 못하는 범대위 측과 한빛원전 사이에서 고민하던 영광군의회 원전특위에서 제시한 절충안이 이목을 끄는 것은 평행선을 마주보고 달리는 듯 치킨게임과 흡사한 상황의 파국을 막고 대승적 차원에서 접점을 찾자는 취지에서 이런 제안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제안도 협상 주체들의 마음에 상처와 응어리가 남아있다면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터.......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을 몇가지 제시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것을 앙청한다.

첫째, 한빛한수원 측의 마음가짐을 거론하고자 한다. 협상을 앞에 둔 당사자에겐 자기의 잘못을 수긍하는 순간 지는 게임이 된다는 것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곳이 한수원일 것이다. 그러기에 부득불 한수원 측은 자신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식의 논리로 일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잘못을 가린다고 잘못이 덮어질 시대인가? 도리어 사건만 커질 뿐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그래서 주문하고자 하는 것이 <정직과 신뢰>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이 한수원의 책임은 아닐지라도 일정부분 이런 악순환의 원인제공을 회사 측에서 제공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광주민들도 그런 한수원의 진솔한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다. 정직이 있는 곳에 신뢰가 싹틀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하길 바란다.

둘째, 영광군민들에게도 준비되어야 할 마음가짐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의 무지와 욕심으로 원전을 영광 땅에 짓도록 해준 그 시점부터 우리 영광군민에겐 천형과 같은 십자가를 쓴 꼴이 되었다. 앞으로도 수백, 아니 수천년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동안 원전이라는 굴레에서 영광은 벗어날 재간이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포기하고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가? 아니다. 그럴 순 없다. 더욱 더 깨어 있어야 할 것이며 우리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 길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야 할 것이 있다. 내 것만을 주장하는 소욕은 대승적이고 전략적 차원에서 일정정도 양보하는 미덕도 함께 지녀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주장의 목소리는 하나되는 통로를 통해 내야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셋째, 영광군과 의회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군의회는 주민의 대표의결기관으로 군민의 생각을 모으고 그 생각을 집행부에 전달하여 정책을 세우게 한 뒤, 그 정책이 효율적이며 정의롭게 집행되는 지를 감시·감독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지역 각 계층의 생각을 묻는 의사집약과정이 좀더 폭넓고 깊게 이루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금의 농성 상황도 이런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지 자체점검과 자아비판이 필요해 보인다. 군의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런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질책임을 아프게 여겨야 할 것이다. 군집행부는 이런 모든 상황을 집약해서 현실을 근거로 한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쉽을 보였어야했다. 목소리 크고 힘있는 집단에 끌려다니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책임회피성 정책결정이 지속되는 한 군민들은 집행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리더쉽을 인정하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군의회 원전특위의 중재과정은 협상을 위해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것을 보장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 전제와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누군가는 이런 중차대한 일을 도맡아 정리해야할 역할을 해야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측에서는 공신력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기에 원전특위에서 이런 제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그 힘을 모아내는 과정에 소통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재삼재사 부탁하는 일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문제해결에 매몰되지 말고 50, 아니 100년 후의 영광을 생각하며... 고민하며...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그래서 후회없는 결정들이 지어져서 지역의 아픈 생채기와 고민을 보듬고 미래를 대비하는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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