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허술한 방역 체계, 불통이 메르스 자체보다 무섭다. 위기 대책에 소홀한 정치가 메르스 보다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나라를 뒤덮고 있다. 감염 자체도 물론 무섭다. 더 무서운 것은 허술한 방역 체계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관련 정보의 소통이 안 되는 현실이다. 허술한 방역 체계는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외국에도 공포의 대상이다. 한국인 감염자가 홍콩을 왕래했다. 그래서 중국이 뿔났다. 한국은 중국에 전염병을 퍼뜨리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가까이 하기 싫은 대상이 됐다. 중국 관광객들(요우커)의 예약 취소 사태가 일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다시 후진국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온갖 괴담들이 나돈다. 대중음식점도 가면 안 된다고들 한다. 목욕탕도 손님이 현저히 줄었단다. 좋지 않았던 시중 경기는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도 추락하고 있다. 문을 닫는 학교도 늘고 있다.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밝혀졌으니 아파도 병원 가기가 겁나는 나라가 돼버렸다. 이 정도면 국가 위기다.

나라가 위기를 맞으면 당연히 정치권이 바빠져야 한다. 정부와 국민을 다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다. 아무리 둘러 봐도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없다. 대통령은 소속당인 새누리당과 소통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정부 권한을 제약하는 법안을 야당과 합의, 처리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대놓고 비난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당은 친박과 비박간 계파 싸움하느라 바쁘다.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이 보이지 않는다. 김기춘 실장 시절이었다면 개정 후에도 별 차이가 없는 국회법 가지고 이렇게 시끄럽게 했겠는가. 이병기 실장은 여의도 연구원 고문,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표 경력을 갖고 있다. 비서실장이 왕따당하고 있지 않다면 대통령이 대놓고 유승민을 비난, 정쟁을 유발하는 사태는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가 문고리 권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긴급 당··청 회의 요청도 거부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바쁘다는 핑계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메르스 대책 보다 바쁜 일이 있겠는가. 정부가 알아서 할테니 당은 빠지라는 말이다.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한 유승민의 반응이 재미있다. 친박이 아닌 개인과는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을 못해 사태를 위기로 몰아넣은 정부로서는 당과 협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1 야당인 새정치연합(새정연)도 나랏일은 뒷전으로 미뤘다. 국가적 위기는 뒷전이고 집안일 하느라 바빴다. 대책 없는 계파 갈등 해소, 마음에도 없는 혁신 한다고 이틀간이나 워크샵한다고 소일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었다. 비노·호남의 대표격인 박지원 의원은 미친X들 뭐하자는 거냐고 했다. 전순옥 의원은 라고 비난했다. 문재인과 친노만 희희낙락 했다는 소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확산되는 메르스, 그에 따른 국가 위기를 모르쇠했다.

새정연이 이틀간 시간을 죽인곳은 가나안 농군학교다. 사회 지도자 교육 기관이다. 식사 전에 일하지 않는자 먹지 말라는 구호를 외친다. 치약도 2mm 이상 쓰지 못하게 한다. 설립자 김용기 선생은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새마을 운동의 연원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 나라를 일으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해온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내년 총선 대책이나 말하며 시간을 죽인새정연이 정말 한심하다.

국민은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국가의 위상 추락으로 자존심도 상했다. 불경기에 이은 경제적 위기감도 심각하다. 청와대나 새누리당, 새정연 모두는 서로의 정치적 이익에 급급할수록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정치가 메르스 보다 더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는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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