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교수
최근 서구 복지사회에서는 장애인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회가 그들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복지의 궁극적 목표는 장애인이 스스로 독립생활(independent living)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창출해 주는 것이다.
독립생활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조정하는 자유를 갖는 것을 말한다. 즉, 장애인 자신의 건강관리, 금전관리, 취침시간과 같은 모든 일상의 활동뿐만 아니라 보호자 결정, 거주지 결정까지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에 의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일을 의미한다. 즉, 장애인의 독립생활은 의사결정을 하거나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 가능한 대안 중에서 다른 사람의 의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도록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장애인이 독립생활을 이루기 위해서는 복지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원조를 제공하는 일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동안 국내 ․ 외적으로 장애인 인권운동과 국제정책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복지의 전달체계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을 위한 재활기관, 전문 인력, 정부예산 등의 장애인복지 자원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하고 수준도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장애인복지 관련 기관의 다양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이고 중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각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관의 전문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는 장애 특성과 욕구에 근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다.
한편 이제 우리 사회의 장애인복지서비스는 탈시설화, 탈의료화, 소비자 주권, 자기관리의 원칙 등 독립생활 모델의 관점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와 모든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능력을 회복하고 개발시킴과 동시에 사회생활상의 기본적 욕구를 지역사회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장애인을 향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며 그러기 위해 배우며 알아가는 지적 단계(知), 사회에서 일하는 윤리적 실존으로서의 행적 단계(行), 그리고 완숙한 삶을 살아가는 지행일치(知行一致)의 실천 단계의 포괄적인 역할이 필요하며 화합과 조화를 이루어 서로 살려주는 포용의 단계를 실천해야 하리라 본다.
“나눌 것이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라는 표현처럼 장애인을 향한 창조적 복지실천을 위해 나눔을 이야기하고 싶은데(Give Five Movement) 바로 미소나눔(smile), 시간나눔(time), 창이나눔(action), 기부나눔(money), 사랑나눔(love)이 그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복지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모두가 꼭 실천해 주길 바라며 다음의 것들을 꼭 베풀어 주길 당부한다.
첫째, 사랑은 “care”(돌봄)이다. 누군가를 돌본다거나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일이라 하겠다.
둘째, 사랑은 “giving"(나눔과 섬김) 이다. 과거에 주었다거나 미래에 줄 것이 아닌 현재 계속하여 주고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불필요하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셋째, 사랑은 “knowledge"(지식)이다. 돌보고 끊임없이 주는 일이 중요하나 이보다 어쩌면 그 대상(client)을 아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무턱대고 베푸는 일은 오히려 해가 될 수가 있고 무의미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사랑은 “making"(만드는 것) 이다. 끊임없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사랑이다.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더 높고, 더 넓고, 더 깊은 차원의 사랑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자가 사랑을 유지할 수 있고, 만드는 것은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사랑은 “respect"(존경)이다. 말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경어를 써야 한다. 말을 낮추기 시작하면 행동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시작되는 게 말이기에 상대를 귀하게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여섯째, 사랑은 “responsibility"(책임감) 이다. 진정한 사랑은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오늘 지금 책임을 지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과거가 없고 내일이 없으며 오늘 만큼만 살아갈 뿐이다.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 여기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만큼 책임질 수 있고, 책임지는 마음만큼 사랑할 수 있다.
일곱째, 사랑은 “understanding(이해)"이다. 한 번 이해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해는 계속적인 연결선상에 있어야 한다. 더구나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위치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상대방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 그 아래에서 섬기는 자세가 사랑이다. 가장 강한 힘은 섬기는 모습 속에 나온다. 루터는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만이 자기의 주체성을 확립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참으로 겸손한 자만이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나 자신을 개혁해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