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한우협회장

여름장이란 애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 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포목전)의 허 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낚아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 장에서나 한 몫 벌어야 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워 걸어야 될 걸” “달이 뜨렸다

절렁 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려 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꽉 찼다. 멍석위에는 천 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의 전들을 걷고 있었다. 약삭빠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장수도, 땜장이도, 엿장수도, 생강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어느 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칠십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된다. 장판은 잔치뒤 마당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지고 술집에서는 싸움이 터져 있었다. 주정군 욕지거리에 섞여 계집의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졌다. 장날 저녁은 정해놓고 계집의 고함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중략

윗글은 1936년도에 발표된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앞부분으로 당시 5일 시장의 모습과 장돌뱅이들의 애환을 그려보고자 인용하였다.

1960~70년대의 영광읍 5일 시장을 기억해보면 지금의 학생회관이 자리한 도동리 일대에는 5일시장(1.6)이 서는 날이면 천주교 입구의 나무전, 광명아파트 뒤쪽의 소전을 비롯하여 어물전, 자리전, 철물전, 옷전, 과실전, 옹기전, 팥죽집, 상두 드리며 흘러간 유행가 소리나 교성으로 남정네들을 유혹하는 색시집등 200여개의 장옥과 노점상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당시 5일 시장은 모든 상행위와 경제 활동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지금으로 말하면 만남의 장소였다.

통신시설이 전무한 시절, 우연이 종친이나 친척, 사돈의 8촌만 만나도 막걸리 한 사발에 해지는 줄 모르고 가정사, 혼담, 농사이야기로 꽃을 피웠던 정겹고 낭만적인 공간이기도 하였다. 우리지역 5일장으로는 군남, 염산, 백수, 법성장으로 지역의 장날이면 모든 가정에서는 농사일을 전폐하고 쌀, 보리 잡곡 한두 되이고 지고 장에 가는 것이 풍습이요, 생활이었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인구감소, 교통시설의 발달, 농협의 대형마트 입점 등으로 지금은 다 사라지고 영광읍 장날만 장옥도 없이 노점상 위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광읍 매일시장은 오랜 세월 발디딜 틈없이 북적거리며 호황을 누렸지만 버스터미널 이전과 좁은 도로에 따른 접근성의 어려움, 구도심권의 한계 등으로 찾는 손님이 줄어지자. 입주상인들의 끈질긴 자구책과 정부차원의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주차장 확보, 편의시설개선 및 확충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장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우시장은 또한 어떠한가,

우리 관내의 한우사육 농가 및 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농협 음성 공판장으로 계통출하 두수가 늘어나면서 소를 사려는 외지상인들이 인근의 무안일로, 함평, 장성, 고창 등으로 발걸음을 돌려 우리 지역의 소값이 인근지역의 우시장보다 싸다고들 한다. 뒤늦게나마 지난해 6.4지방선거 공약으로 김준성 현 군수는 우시장 전자경매시설을 약속했고 축협에서는 우시장 현대화를 위한 투자 적격 심사를 실시하는데 그 내용은 구조 변경에 의한 현대화아니면 이설에 의한 현대화를 검토한다고 한다.

집행부와 임원진의 숙고와 현명한 판단을 바라면서 문제는 주차장 및 편의시설이 더 급선무이겠지만 운용의 묘를 살려 꼭두새벽같이 빈속에 우리 우시장을 찾는 외지 상인들에게 커피 파는 우시장이 아니라 따뜻한 소머리 국밥 한 그릇씩이라도 대접하여 정감 있는 영광우시장의 이미지를 심어주는것도 우시장을 살리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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