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정부대통령이 왕처럼 보인다. 좋은 대통령이 돼야 국민이 행복해진다.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 대통령 스타일로. 그래야 눈만 굴리고 있는 정부가 바뀐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이야기는 고집과 오만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가르친다. 부처님 말씀으로 알려졌다. 당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진실도 아니다. 넓게 보라. 자기의 됫박으로 우주를 재려고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길이 다르다. 보고 배운 바도 다르다. 같은 물건이나 현상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과 행동 양식도 다르다. 자기만의 생각과 행동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상식을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삼가라는 가르침이다.

사람마다 삶의 궤적이 다르다. 생각과 행동 양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그것은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공적인 부분은 상식을 벗어나면 안 된다. 공직자나 정치인 등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일수록 상식적이어야 한다. 자기의 생각만을 고집하면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오늘 우리 국민들은 메르스 공포와 경제적 불안감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고집과 오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살부터 18년간 청와대에서 살았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 서거 후 5년간은 영부인 역할을 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청와대를 나왔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만의 세월을 보냈다. 정치에 입문했다. 승승장구, 대통령이 됐다. 삶의 궤적이 비슷한 사람은 국내에 단 한 사람도 없다. 왕조 시대의 왕자나 공주의 삶과 닮았다. 아니다. 세자가 되고 결국 왕위에 오른 봉건 군주나 다름없는 인생 경력이다.

떠받들여지는 데 익숙하다. 사과할 필요도 없었다. 육아와 교육에 안달할 필요도 없었다. 더욱 돈을 꾸러 다니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으리라. 그것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가는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냥 가늠할 뿐이리라. 일반 국민의 삶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이해 한다. 삶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대통령이 됐다.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당연히 국민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영국 왕실 사람들은 그들이 국민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왕세자가 직접 전장에 나간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난방도 하지 않고 국민과 추위를 함께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왕정이 유지되고 추앙받는 이유다.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왕자가 목욕을 하면서 수건을 한 장만 썼다고 한다. 일반 국민과 다르지 않은 삶의 모습이다.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르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먼저 서민 대중의 삶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고통스럽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세월호 유족들이 청와대를 향해 울부짖게 했다. 세계에서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만들었다. 서민 대중의 삶을 깊이 고민하는 정치를 하지 않은 결과다.

박 대통령에게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냄새가 나지 않는다. 군주주의 시대의 국왕처럼 느껴진다. 장관 등 참모들과 토론하는 모습이 없다. 그냥 나무라고 지시하는 모습만 보인다. 물론 대통령에게 건의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참모들의 모습도 없다. 사극에서 보이는 왕들 보다 더 왕 같다.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하는 모습도 없다.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정치가 실종됐다. 나를 따르라는 통치만 보인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복지안동(伏地眼動). 엎드려 눈만 움직인다는 말이다. 현 정부를 가리키는 국민의 조소다. 대통령 스스로 스타일군주적에서 민주적으로 바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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