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에 먹던 못밥의 추억

오늘 모내기 하는날인데 우리집에 못밥 잡수러 오십시오?

예전에 해마다 5월중순 부터 전국적인 모내기철이 되면 행정당국이나 언론매체에서는 모내기 독려와 더불어 농촌 모내기 봉사가 학교를 비롯한 군부대까지 일상화 되던 때입니다.

마을의 모내기는 온동네의 한해농사를 좌우하는 큰행사여서 마을주민 모두는 모내기 하는집에 초대되어 못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마을의 학교 선생님도 초대가 되어 함께 못밥을 먹는 못밥인심의 풍년을 이룹니다.

못밥은 그 시대 농촌의 정서가 아늑하게 배어 있으며, 아련하고 먹먹한 스케치의 찡한 그리움은 인심과 배려가 곱게서려 가슴속 깊이 사무치게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의 대한민국 농촌사정이 다 거기서 거기였겠지만 고향 마을이 더 아련하게 다가 오는것은 산골의 가난함과 어려움이 모두 다 같았기 때문이고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뒤늦게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는 갓 모를 낸 논입니다.

여린 모가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논물에는 작은 이끼가 구슬처럼 촘촘히 떠있고,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면서 표면이 하얗게 반사된 논은 산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푸른 들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여린 모는 잡초, 벌레와 싸우면서 농부의 정성어린 손길을 받아 쌀알을 보듬고 자라납니다. 가을이 올 때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벼이삭은 늘 가까이서 돌보는 내 자식 같습니다. 제 몸을 베어 내고 쌀을 토해내는 과정까지 지켜본 후 먹는 쌀이 어떻게 예사로울까?

 사람의 인생을 꼭 닮은 쌀의 한해살이 시작이 모내는 날입니다. 사실 영농 기계화로 이앙기를 쓰기 때문에 이제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모를 심는 광경은 시골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못밥도 사라져 가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옛날 모내는 집에는 일꾼들보다 마을분들을 위시한 객식구가 더 많습니다.

방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시고, 일꾼들과 동네 남정네들은 마당에 자리를 펴고 밥을 먹습니다. 반찬은 콩나물무침, 김구이, 꽁치구이, 감자볶음, 두부조림, 멸치볶음 오이무침, 고추부각 김치, 나물무침와 국물이 다지만 너른 마당에 주저앉아 먹는 밥맛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못밥은 또한 갖은 나물에 비벼 먹거나 마당 한쪽에 있는 상추를 금방 뜯어서 쌈을 싸 먹기도 합니다

특히 꽁치나 고등어 구이는 장작의 숯불로 고기기름이 송글송글 떨어지며 익어가는 냄새가 모내기 하는 일꾼들의 코를 자극하고 갖구워낸 그 맛은 이루 형언조차 할 수가 없지요

어린시절 모내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면 많은집에서 양식이 귀해지기 시작 하고 그래서 온동네가 십시일반 그렇게 못밥을 함께 먹고 함께 나누었던가 봅니다 나와 친구들은 그 못밥을 먹으며 자라난 추억이 있기에 못밥이 주는 그 푸짐한 먹거리가 더욱 그립고, 하루종일 뙤얕볕에 그을리며 허리굽혀 모를 심는 동네분들이 그립습니다.

못밥은 온동네가 함께 나누는 시골의 순박한 인심이고 공동의 나눔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린 우리들까지 삼삼오오 모심는 집으로 못밥을 먹으로 갔으며 못밥을 먹는것 만큼 행복한 밥상은 없었으니까요.

못밥을 먹은뒤에는 큰 가마솥에 누룽지를 한조각씩 얻어 먹을 수 있어 더 좋은게 모심는날의 못밥의 백미 입니다

기계화 되어는 요즘의 모내기는 우두커니 기계혼자서 모를 내지만 어른들의 농요가 구성지고 하얀쌀의 못밥이 가마솥에서 지어지는 그 모습이 지금 저 모내기한 들판을 보며 생각에 잠기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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