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총선 8개월 전이다. 공천 싸움이 시작됐다. 여당은 대통령이 불을 댕겼다. 새정연은 공천권을 내놔라 못한다만 하고 있다. 신당 창당은 지역민의 명령이다

20대 총선이 8개월 여 앞으로 다가 왔다. 지역에 따라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많다. 공천을 둘러싼 싸움이 시작됐다. 예비후보 등록이 선거일 전 4개월(120)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데 보고 있자니 한심하다. 정치가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싸움판이 아니라 직장을 쫓겨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이어서다. 거물은 물론 없다. 거물이 될 싹수가 보이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총선을 목저에 둔 여야의 모습을 보자. 유승민 파동은 새누리당 공천 전쟁의 서막이다. 겉으로는 개인의 배신에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조용히 불러 경고하면 그만이다. () 떨어지는 말로 국민을 민망하게 할 이유가 없다. 비주류인 친박(親朴)을 밀어내면 지금처럼 화를 내겠다는 경고다. 대통령이 공천전()의 불을 댕긴 셈이다. 대통령의 일갈에 당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다음 총선도 박근혜 대통령에 의지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양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혁신의 목소리가 시끄럽다. 혁신 하는 모양새는 갖췄다. 내용은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親盧)그룹은 당권을 틀어쥐고 놓지 않으려는 모양새 갖추기로 읽힌다. 비노(非盧)그룹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분당이니 창당이니 하는 말들만 무성하다. 친노는 못들은 척 끌고 간다. 나갈테면 나가 보라는 태도다. 그래도 탈당을 감행(?)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의원들에게 물었다. 첫째 이유는 창당 비용이다. 둘째는 믿고 따라 나설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변명이다. 정치적 소신이 다르면 탈당하는 것이 바른 정치인의 바른 길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개인에게 영달을 가져다 줄 배지가 중요하다는 고백이다. 탈당 했다 미아(迷兒)가 돼 정치생명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다. 당이 바로 섰다는 모양새를 갖춘다면 공천 받기 쉽고 당선은 더욱 쉬운 길을 가고자 안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역사의 흐름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 우리 정치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신당 출현이 불가피한 시점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두환 시절. 민추협과 구 신민계 인사들이 신한민주당을 창당했다. 창당 발기인대회 2개월, 창당 1개월만인 85212일 치러진 12대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회오리가 일었다. 민정당의 들러리 노릇을 하던 민한당을 밀어내고 제1야당으로 섰다. 부산·광주·인천·대전을 싹쓸이 했다. 서울에서도 14석을 건졌다. 예상치 못한 대성공 이었다.

87년 동교동계가 창당한 평화민주당도 884월 치러진 총선에서 호남의 37개 선거구를 석권, 1야당이 됐다.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원내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신한당과 평민당, 우리당 등 세 정당은 모두 선명한 기치를 내걸고 창당, 국민의 마음을 샀고 성공했다. 모두 돈 걱정보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나선 정치인들의 작품이다. 물론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거물정치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호남 민심이 새정연을 떠났다. 혁신이니 뭐니 하면서 꼼수를 부려도 다시 돌아가진 않는다. 전북과 전남의 도당 여론조사 결과 신당 지지가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연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신당은 아직 실체도 없다. 아무리 약해 보이는 신당, 거물 정치인이 없는 신당이라도 무조건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거물 정치인을 키워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민중은 신당을 원하고 있다. 물론 믿을 만 한 정치지도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시원찮아 보이는 신당이라도 좋다는 것이다. 약해 보이지만 선명한 야당이 태어나길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재선 의원들에 거는 기대다. 시간 끌며 눈치 볼 시간이 없다. 신당 창당은 지역민의 명령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