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마을 ‘임실 중금 영농조합’을 찾아서

농어촌이 인간의 참다운 행복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저소득과 중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바탕위에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문화를 부활시켜야 한다. 마을공동체는 주민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 대등한 관계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 자율공동체이다. 영광 묘량의 여민동락과 같이 전국적으로 대안적 삶을 꿈꾸는 다양한 형태의 마을공동체들이 운영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광에서도 또 다른 여민동락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주민주도형 에너지자립마을

태양광·태양열·풍력·자전거발전기·멀티탭·고효율 등

최근 원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원전이 위치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와 원전 측이 일련의 과정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에너지 수급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등을 이용한 주민 주도 형태의 에너지 자립마을로 임실 중금마을이 알려져 있다.

에너지 자립마을이란 에너지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진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에너지 절약, 효율개선, 재생가능 에너지생산 등의 수단을 활용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감으로써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자립마을을 추진 동기도 정부주도형 저탄소 녹색마을과 주민주도형 에너지 자립마을로 분류할 수도 있겠고, 현재 전국 7개 마을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부주도형 녹색마을의 유형에는 도농복합형 저탄소녹색에너지마을, 도시형 저탄소녹색마을, 농촌형 에너지자립녹색마을, 산촌형 산림탄소순환마을이 있다.

대체로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주민주도형 에너지 자립마을로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부안군 등용/화정마을, 경남 산청군 갈전마을, 통영시 연대도를 들 수 있다.

중금마을 주민주도형 에너지 자립마을 실천방식은 태양광·태양열·풍력·자전거발전기·멀티탭·고효율등·방풍지·방풍실리콘·절수형샤워꼭지 등의 사용이 등용마을 사례와 비슷했지만, 전라북도 폐기물정책에 영향을 주었던 쓰레기제로배출 사업과 폐식용유·유채를 통한 바이오디젤 생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축산퇴비 등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에너지 자립마을로 국내 또는 해외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곳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민들이 에너지 수급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문제에 대한 인식을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공론화시키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금마을 31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전 가구의 3분의 110가구가 태양광 발전

전북 임실의 중금리(중금마을)31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바로 옆의 화성리, 금당리와 함께 임실치즈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일 중금마을에 들어서자 태양광 패널을 올린 집들이 우선 눈에 띄었다.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 마을 도서관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학교 끝나면 방과후수업으로 항상 여기에 온다고 말했다. 인근 기림초등학교 학생들은 바이오 연료로 움직이는 경운기 타기등 친환경 체험학습을 하러 마을을 찾는다. 마늘밭에서 호미질을 하던 마을 아낙은 화학비료 없이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마을 공동텃밭이라고 소개했다.

중금마을은 전 가구의 3분의 110가구가 태양광 발전을 한다. 2010년 정부의 그린 빌리지 사업보조금을 받아 가구당 3짜리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대부분 실패로 끝난 녹색마을과 달리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의제21’과 마을 주민이 보조금 사용 방식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사용처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기 보조금은 월 전력 사용량이 350kwh 이상으로, 마을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자부담은 100만원으로 정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집이 발전설비를 갖춰야 발전기 설치비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을 이용하지 못하는 가난한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마을회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중금마을 방앗간은 할머니들이 텃밭에 심은 콩을 수확해 3000원짜리 우리콩두부를 생산하는데 이곳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두부를 만들 때도, 고추나 쌀을 빻을 때도 태양에너지를 쓴다. 마을 주민에게는 비용이 공짜.

통상 농촌 마을의 태양광 발전기 설치사업은 정부 보조금으로 진행된다. 자치단체가 보조금을 받아 농촌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민들은 환영한다. 하지만 태양광으로 아낀 전기요금만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 부담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채 관이 주도하는 보조금 사업의 폐단이다.

하지만 중금마을은 시작부터 달랐다. 2008쓰레기 분리수거사업부터 손을 댔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의 쓰레기 현황을 조사하고 빈 포대에 농약병’ ‘농약 봉지’ ‘병뚜껑’ ‘깡통등의 푯말을 붙인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 폐품은 팔아 마을기금으로 썼다. 이후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길에 농약병을 버리는 일이 차츰 사라졌다. 쓰레기가 줄어들자 지자체 수거차량의 방문도 줄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다음 단계는 주택 에너지 효율 높이기였다. 전북의제21이 양성한 에코 홈 닥터가 마을에서 에너지 교육을 실시하고 백열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꿨다. 세면장에는 절수형 샤워 꼭지를 달고, 외풍을 막는 문풍지와 방풍 실리콘을 붙였다.

중금마을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에도 힘을 기울인다. 김정흠(49) 중금마을 우녀위원장은 시민 주도의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려면 어린 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비를 들여 자택에 환경교육장을 만들었다. 매주 화요일에는 초등학생 35명을 대상으로 방과후 생태수업을 진행한다. 폐식용유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고, 이를 마을 관광용 경운기 연료로 사용한다.

중금마을의 에너지 전환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 중이다. 마을의 마스코트는 지구를 짊어진 달팽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마을을 목표로 조금씩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의 아이디어를 집약한 마을 비전 2020’을 만들어 마을 입구에 내걸었다. 안내판의 맨밑 글귀가 의미심장하다. ‘후쿠시마는 위대한 스승이다.’

 

중금마을 마을만들기 전략은 한마디로 녹색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주민이 행복한 마을

중금마을 한복판에 무인 에너지카페라는 흙집이 있다. 집을 손수 지었다.

태양광 발전기는 기본이고 태양광 음식조리기, 자전거발전기가 집안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문 앞에는 쓰레기제로마을답게 쓰레기 분리 수거대도 설치했다.

이 특별한 집을 구경하려고 국내외에서 구경꾼들이 중금마을을 일부러 찾는다. 2012년에는 아시아 15개 나라의 마을사업 담당 공무원, 일본 마을기업대표들까지 먼 길을 찾아왔다.

이처럼 중금마을은 이제 치즈마을 안의 한 마을을 넘어, 에너지 자립마을, 친환경순환농업 실천마을이라는 독자브랜드로 서서히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미 마을에서 쓰는 전기의 50%를 태양광발전으로 해결하고 있다. 곧 바이오디젤로 농기계를 돌리고 탄소라벨링이 부착된 농산물을 판매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살아 숨쉬는 자연스러운 마을경관을 위해 마을수목원도 디자인하고 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마을기업 조차 첫해인 2012400만원의 농산물 판매수입을 포함해 모두 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득을 올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그렇다고 중금마을과 치즈마을을 따로 떼놓고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중금마을이 치즈마을이고 치즈마을이 곧 중금마을이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이 그리는 그림은 중금마을이나 치즈마을 안에 갇혀있지도 않다. 그의 머리 속에는 산너머 옆마을인 당당마을에 들어선 치즈밸리까지 넘보고 있다. 당당마을은 김 위원장이 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에 처음 귀농의 닻을 내리고 이장까지 지낸 마을이기도 하다.

150만평 짜리 화폭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자립하는 지속가능하고 생태순환적인 마을공동체 사업 판을 벌이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일단 치즈마을 안에서 중금마을은 전통문화, 자연친화마을, 생태농업 테마를 중심으로, 앞 마을인 화성리는 도농교류체험, 치즈직거래 등을, 뒷마을인 금당리는 산골체험, 민박을 사업화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정보화마을, 그린빌리지, 향토산업 마을 등으로 이어져 온 치즈마을 만들기의 진면목과 진정성은 마을 곳간에 쌓아놓은 두둑한 마을기금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매년 마을사업에 발생한 순 이익금을 장학기금, 노인복지기금, 아동복지기금, 경관조성기금, 사회기탁기금 등으로 조성해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모두를 위해, 그리고 서로를 위해사용하고 있다.

중금마을 마을만들기 전략은 한마디로 녹색으로 함축된다. 속도는 소걸음이다. 진보적이고 생태적이고 인간적인 마을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금마을이 가고 있는 길의 종착지는 어렴풋이나마, 벌써 눈에 보인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주민이 행복한 마을이다 /신창선· 최미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들어보았습니다

김정흠 위원장

절약이 곧 생산주민들 자발적 참여로 에너지 자립 성큼

에너지 자립의 첫걸음은 에너지 자원의 절약이다. 바이오가스플랜트도,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도 절약의 일상화 없이는 몸에 맞지 않는 옷에 불과하다. 전북 임실의 중금마을 주민들이 이를 깨닫는 데만 23년이 걸렸다. 계기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단열을 위한 집수리였다. 그게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실천이 따랐다.

2008년 마을회의의 분리수거 결정 이후 빈병이나 폐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마을회관 공동경비로 사용하거나 열심히 참여한 집에 상을 주기도 한다. 주민들은 환경을 위한 노력이 돈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것이 에너지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왜 우리 마을에 필요한지, 환경적·경제적 측면을 다 고려해 1년간 주민들끼리 토론하는 작업을 거쳤다. 자원순환과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한 중금마을의 실험은 규모가 적고 느리지만 6년째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저탄소 녹색마을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된 녹색생활 실천방법을 배우기 위해 해마다 수천 명씩 전국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어린 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을 실천하고 마을주민들이 추구했던 공동체적 가치를 잘 물려주는 것이 과제다. 가치가 변질되어 돈벌이에만 치중하면 마을기업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금마을이 자원순환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모범적 녹색마을이 된다면 녹색마을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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