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세시장형 마을기업 ‘나눔 푸드’는?

농어촌이 인간의 참다운 행복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저소득과 중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바탕위에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문화를 부활시켜야 한다. 마을공동체는 주민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 대등한 관계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 자율공동체이다. 영광 묘량의 여민동락과 같이 전국적으로 대안적 삶을 꿈꾸는 다양한 형태의 마을공동체들이 운영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광에서도 또 다른 여민동락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인구 2만명 산골에서 틈새시장을 찾다

출장뷔페, 한과, 홍삼 등 가능성 발견

많은 마을기업은 지역에서 생산한 부가가치를 외부에 판매해서 수익을 낸다. 왜냐하면 농촌에는 주민들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해줄 시장이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마을기업이 판매에 있어서만큼은 외부 의존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공급해서 성장하는 마을기업이 있다. 이들은 좁은 시장을 탓하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전북의 동부권에 있는 진안은 해발 400미터의 고원지대다. 인근의 무주, 장수와 함께 대표적인 과소지역이다. 1970년대 9만 명이 넘었던 진안군의 인구는 24천명까지 감소했다. 지역의 독자적인 시장 기능이 대단히 취약한 곳이다.

전주에서 소태정 고개를 넘어 진안 읍내로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에 진안농공단지가 있다. 이곳에 있는 ‘()나눔푸드2005년 진안군의 공공급식을 위탁받아서 문을 연 사회적 기업이다. 처음에는 네 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해, 연매출 6천만원을 기록했다. 그 후 사업이 확장되어 직원이 늘었다. 출장뷔페와 한과 생산에도 뛰어들었고 지금은 홍삼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구가 3만명도 되지 않은 시골에서 어떻게 출장 뷔페 사업을 시작할 생각을 했을까? 농산물 가공이나 농촌체험을 하지 않는 마을기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눔푸드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속

나눔푸드 김치훈 대표는 노도우 수기공모에서 나눔푸드를 가리켜 지난 5년을 기어이 살아남기 위해 거쳐 온 신산(辛酸)의 세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만 명 규모의 배후시장 규모로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기존 시장의 진입 장벽을 깨고 하루하루 시장을 개척해 왔다고 말했다

 

 

 

성실성 인정받으며 사회적기업 인증 성공

나눔푸드의 모태는 본래 20032월 진안지역자활센터가 시작한 자활근로사업단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 계층의 구민들이 참여해서 국가보조사업으로 도시락 배달사업을 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상가건물을 임대해 하루에 52식의 도시락을 만들어 직접 취약계층에게 배달하는 일이었다. 당시는 자활근로사업단이 도시락 배달사업 외에도 진안 읍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먹거리 사업도 추진했다. 하루는 행사장에 50명분의 식사를 공급해줄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지금은 나눔푸드가 있지만 당시에는 전북의 동부권 세 곳(진안, 무주, 장수)에는 따로 출장 뷔페 업체가 없었다. 큰 행사가 있어서 단체급식을 할 일이 생기면 전주에 있는 업체를 부르는 게 당연시되어왔다.

막상 그런 주문이 계속 들어오자, 어차피 식당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지역특산품 판매나 농산물 가공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마을기업이 농촌에서 출장 뷔페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출장뷔페 주문은 일 년에 60차례 가까이 들어온다. 70퍼센트가 진안이고 그 다음은 전주, 나머지는 무주, 장수지역의 행사장에서 출장뷔페를 부른다. 시골에서 과연 출장뷔페 사업이 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나눔푸드에게는 가장 많은 매출을 안겨주는 효자사업이 됐다. 뷔페가 한 해 매출의 40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자활근로사업단은 그 후 자활공동체로 독립하면서 날개를 달게 되는 첫 번째 기회를 맞게 됐다. 2007SK행복나눔재단의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센터공모에 선정된 것이다. 전북에서는 유일했다. 진안군의 인구는 적었지만 2003년부터 자활근로사업단이 보여준 성실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SK행복나눔재단에서는 15천만 원 정도의 급식 기자재, 냉난방 시설을 지원했다. 당시 행복나눔재단에서 급식시설이 들어갈 땅과 건물을 확보하고 자립경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다. 나눔푸드는 그 때까지 출장뷔페, 한과사업 등을 해서 번돈 1억 원에 5천만원을 대출받아 지금의 자리인 진안농공단지에 입주하게 됐다. 또 하나의 지원조건은 저소득층에 대한 도시락 공급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SK재단의 지원을 통해서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에 준하는 설비를 갖춘 도시락센터가 건립됐다. 또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시스템도 도입되어 공공급식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됐다. 대기업이 지원해주는 도시락 센터는 여태껏 가내 수공업 수준의 소규모 급식소와는 분명 달랐다. 이를 바탕으로 나눔푸드는 전라북도에서는 유일하게 자치단체인 진안군의 공공급식을 계속 전량 위탁받게 됐다.

 

급식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 갖춰

마을기업으로는 드물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 나눔푸드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자치단체의 공급급식을 바탕으로 한 포트폴리오 덕분이었다.

인구 2만 명의 시장에서 단일 사업만 가지고는 수익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시장이 넓지 않아 수요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력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필요했다.

우선, 자치단체 위탁급식 사업의 인력과 시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급식사업을 더 확대해야했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것이 단체급식이었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것이 단체급식이었다. 여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진안군 산림조합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임업훈련원과의 계약과정에서 임업훈련원 담당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뜻은 공감하지만 일 년에 200일 가까이 식사를 공급하는데에 대한 불안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교육생들의 맛있다며 좋은 반응을 나타내자 산림조합 측에서 계약연장을 요구해왔다.

위탁급식, 단체급식에 유로 도시락 판매까지 하면서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하는데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위탁급식을 통해 근로자들의 숙련도와 생산성도 높아졌다. 두 명의 영양사를 채용해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신뢰도 얻어 갔다. 그리고 진안에서 자치단체의 위탁급식을 계속 따내면서 최소한의 기본 물량을 확보하게 했다.

대기업이나 인근 전주의 업체가 운영하게 되면 수탁단가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업체가 맡아주면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에게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마을기업으로서는 이런 사업을 몇 개 묶어서 수익성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지역 내 유관기관의 네트워크가 일정하게 갖춰진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나눔푸드는 홍삼 가공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홍삼은 고부가가치 상품이기 때문에 여기서 버는 돈으로 공공급식의 적자를 해결하고 있다. 2009년은 홍삼 가공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장을 설립했고, 2011년부터는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로 등으로 참석해서 홍삼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홍삼매출이 한과 매출을 추월했다.

나눔푸드는 현재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는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수출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전북 경제통상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업체의 OEM 방식으로 베트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2008년에는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신창선· 최미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만나보았습니다 / 김치훈 대표

마을기업의 발전이 농촌 재생 역할 할 수 있을 것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나 정부에서 주는 시설지원금 때문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신청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나눔푸드가 하고 있는 공익적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인증을 신청했다. 나눔푸드의 구성원들은 공적인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는 운영을 중단하고 자산 저체를 공공성 유지가 가능한 기관, 단체에 기부한다는데 합의를 봤다. 구성원 본인들부터 마을기업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나눔푸드가 마을 공동체를 위한 역할을 계속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눔푸드는 급식에 들어가는 식자재의 70퍼센트를 진안군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30퍼센트는 해산물, 육류 등 진안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품목들이다. 수익성만을 생각한다면 지역 업체 보다는 대기업을 이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소 수익성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역민과 함게 한다는 철학을 품고 있다.

직원들 대부분은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이다. 구성원 가운데 최고참인 68세의 조리장은 2003년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자활근로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수급자가 아니다. 나눔푸드와 함께 근로자들도 성장해온 것이다.

나눔푸드는 기업운영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주 80가구에 무료로 밑반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자체 재원으로 일주일에 100개의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급식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것은 공적 보호망의 빈틈을 메우는 일이다.

자활센터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역할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너진 마을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기업이 내발적 발전으로 농촌을 재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외부의 인적, 물적 자원을 농촌으로 유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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