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축제를 연다. 국민 힐링 차원에서 환영한다. 아쉬움도 많다. 예산만 쓰고 효과는 미지수다. 리오 카니발 같은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정말 놀기에 딱 좋은 날씨다. 나라 안 곳곳에서 축제란 이름으로 놀이터가 열린다. 이달 초에는 평창에서 효석 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라고 하지만 하얀 메밀 꽃 속의 놀이 한마당이다. 억새 축제는 정선과 포천, 단풍은 장성과 동두천, 국화는 함평과 익산이 유명하다. 담양은 세계 대나무 박람회란 축제로 법석이다. 매스컴에서는 정치가 어떻고, 경제가, 남북문제가 어렵다느니, 위기라느니 하며 긴장감을 북돋는다. 그래도 우리는 이 가을 삶의 짐을 벗어 던지고 축제를 즐기며 대한민국을 힐링 필드로 만드는 데 동의한다.

축제는 원래 종교적 의미가 강했지만 점차 놀이와 혼돈의 장으로 변모했다. 질서를 위반하고, 조금은 지나치다 싶은 난장이다.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난장을 즐길 수 있는 난장 나름의 질서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억눌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힐링의 기회로서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다. 난장 자체가 사회적 통합의 마당 역할도 하고 있다.

지자체 마다 앞 다퉈 벌이는 축제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래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품은 아직 없다. 전 국민이 열광하는 축제 말이다. 브라질 리오 카니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다. 포르트갈에서 건너간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적 타악기 연주, 춤이 어우러진다. 눈도 즐겁고 절로 흥이 난다. 지구촌 최고의 축제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 축제가 없다.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시작됐다. 지난 해 3일 동안 50여만 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가봤다. 흐드러지게 핀 빨갛고 노란 상사화 속에서 사진 찍느라 바쁘다. 서예전과 시 낭송회에서 문화를 즐긴다. 인파를 구경한다. 음식을 즐기며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다 좋다. 즐겁다. 아쉬운 것은 교통이 막혀 차를 놔두고도 걸어서 빠져나오느라 한 시간 이상 발품을 판 것이다.

관광 진흥이란 명목으로 적잖은 예산을 들인 축제가 과연 원하는 만큼의 경제적 효과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 하는 정치·행정적 홍보를 위한 축제는 아닌가. 축제를 위한 축제는 식상한다. 단체장 선거용 축제는 더욱 싫다.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더 큰 즐거움을 주면서도 많은 경제적 효과도 올릴 수 있는 콘텐츠가 절실하다. 진입로를 약간만 넓혀 마차를 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상사화 전설 속의 스님과 공주가 되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하룻밤 쯤 묵어가고 싶다는 자극을 줄 수 있는 무언가도 아쉽다.

상사화 축제가 벌어지는 불갑산(정식 명칭은 모악산) 뒤편은 함평군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상사화를 이식해 함평군에서 만든 축제다. 영광 상사화 축제보다 앞서 시작됐다. 당시 함평 군수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상사화의 본고장 영광군은 거기에 자극을 받아 뒤늦게 상사화 축제를 시작했다. 상사화 축제의 굴욕적 역사다. 그 굴욕적 역사를 덮기 위해서라도 콘텐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실익이 없다. ‘임도 보고 뽕도 따는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돈 버는 축제로 만들자는 제언이다.

계절 따라 축제를 하지 않는 지자체가 없다. 경쟁적이다. 같은 이름, 같은 내용의 축제를 두 지자체가 하는 경우도 있다. 상사화 축제와 꽃무릇 축제처럼. 영암과 나주의 마한 문화제다. 진도와 해남이 각각 하던 명량 축제는 다행히 통합했다. 영광과 함평도 통합을 서둘러야 옳다. 지자체는 달라도 국민 예산을 들여 벌이는 행사인 만큼 중복 투자는 낭비다. 축제도 중앙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리오 카니발과 같은 세계적 명품 축제를 탄생시켜 국격 상승과 국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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