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군주들도 민심을 중히 여겼다. 우리 위정자들은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친노에 밉보이지 않으려 숨죽이고 있는 호남 의원들에 정치적 미래는 없다

서경(書經)은 중국 상고시대 요((() 나라의 법도와 제왕의 행적 등을 기록한 책이다. 역대 군주들이 통치의 지침서로 삼았다. 백성을 사랑(愛民)하고 무겁게 여기라(重民)는 가르침이 담겼다. 위정자들의 권력 남용을 억제하는 큰 역할을 했다. 전제 군주들도 백성의 뜻이 하늘의 뜻(民心天心)이라는 데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 이 나라의 공직자와 위정자들은 과연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국민을 사랑하며 그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의문이다. 아니, 전제 군주들에 미치지 못한다. 말로만 되뇐다. 법과 제도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民主主義). 헌법은 모두 함께 잘사는 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만들었다. 실제는 다 함께가 아니다. 권력은 국민과 거리가 멀다. 공직자와 위정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반 국민들이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를 찾아 일을 보기가 쉽지 않다. 말은 공손하다. 하지만 태도는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따져보면 내 권력을 맡겨놓고 내가 애를 먹는 격이다. 법과 제도는 분명 국민이 갑()이다. 체감은 을()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래서 익숙하다. 심지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한다.

공직자들은 그래도 낫다. 정치인들은 아예 군림하는 자세다. 표 때문에 인기를 얻으려는 노력은 한다. 각종 행사에 부지런히 쫓아다닌다.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대해서는 모르쇠다. 겉은 낮은 척이지만 속내는 군림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아이돌이 아니다. 민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아니다.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만 열심이다. 돈과 명예와 특혜가 주어지는 선거만 의식한다. 국민의 삶의 질은 뒷전이다.

설과 추석엔 많은 사람들이 만난다. 그 자리에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을 나눈다. 민심이다. 총선 6개월여를 앞둔 이번 추석 민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본 민심은 전반적으로 비관과 비판이다. 자녀의 취업과 결혼, 팍팍한 경제 등은 비관적이다. 정치는 비판적이다. 어제오늘이 아니다. 정치가 없어졌다는 생각들이 많다. 공천 받아 당선되기 위해 싸우고, 물러나라 못한다는 싸움 하느라 5개월을 허송세월한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국민은 여야 모두에 실망하고 있다. 정치의 본령인 여야 간 협상은 사라졌다. 눈치만 보고 세월을 보내던 여당은 공천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노와 비노로 갈린 야당의 싸움은 난파선을 보는 듯 위태위태하다. 여야 모두는 수 년 간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는 배지 달려고 혈안이 되어 열심히(?) 싸우는 모습에 실망이다.선거구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 싸움이라니 어이없을 뿐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호남 의원들이다. 문재인의 당에는 표를 찍지 않겠다는 민심은 확인됐다. 전남과 전북 도당 여론조사는 신당 후보의 싹쓸이를 예고했다. 그런대도 문재인만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고 투쟁(?)하고 있다. 문재인은 내려갈 생각이 없다는 듯 동문서답만 한다. 그래도 신당이나 분당은 분열로 망하는 결과가 나올 뿐이라고만 한다. 지역구도 날아가고 입지도 불안한 박주선만 탈당을 선언 했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많은 사람은 친노와 함께인 한 호남 정치 복원은 없다고 말한다. 친노를 압도할 신당 창당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천정배와 박준영만으로는 믿음직하지 못하다. 당신들이 나서라는 요구다. 나서지 않으면 투표하지 않겠다는 것도 민심이다. 공직자가 되고, 배지만 달면 돈과 권력을 얻는 나라인줄은 알고 민심을 모르거나 외면하면 돈도 권력도 날아간다고 장담한다. 아전인수식 민심 일기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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