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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뒤로 돌리려 하는가
조일근/ 언론인,프리랜서
2015년 10월 19일 (월) 10:59:17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국사 교과서가 정쟁의 이슈가 됐다. 국정화에 정부·여당이 한목소리다. 따지지 말자. 선진국엔 국정교과서가 없다.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코미디다

여운형. 3·1 만세 운동을 기획, 주동한 독립운동가.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들어 한때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었다. 민족문화 사업과 체육인, 언론인이기도 하다. 조선중앙일보 사장 재임시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범. 건국과 좌우 합작에 적극 나섰다. 설문조사에서 조선을 이끌 양심적 지도자 1위에 올랐다. 미군정 하지 사령관 참모도 타인이 따르지 못할 정치인으로 꼽았다. 1947년 암살된 후 이승만과 여운형의 경쟁 구도는 이승만과 김구의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여운형에 이어 김구 선생도 암살당했다. 이승만보다 경쟁력이 강한 정치적 경쟁자들이 사라진 것이다. 백범(김구)과 몽양(여운형)을 암살한 배후 세력은 누구일까. 삼척동자에게 물어도 이승만 추종 세력이라고 답할게다. 경찰이 범인 도주를 도왔고 장택상과 김두한, 백의사에 의한 암살 증언 등으로 미뤄 미군정도 배후세력이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 여운형에게는 빨간 색이 칠해져 있었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는 훈장이 수여됐다.

좌우 합작으로 나라를 세울 경우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승만을 세우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주장(혹은 주장)이 억지스럽지 않다. 이승만 정권은 일제의 침탈로 신음한 나라를 친일 잔재세력으로 통치했다. 프랑스가 독일에 부역한 언론인 등 20여만 명을 단죄한 것과 비교된다. 독일의 프랑스 통치는 6. 조선은 36년이다. 단죄는커녕 다시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교과서에는 없는 역사 이야기다.

이같은 말도 안 되는 역사를 쓴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할 수 있겠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은(이하 경칭생략) 천황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서했다. 그리고 18년간 독재 권력을 휘둘렀다. 산업화의 공적이 독재자로서의 과오 보다 크게 평가되고 있다. 친일의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 어떻게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가. 올바른 역사를 기록할 수 있겠는가. 국사 교과서가 좌우 이념으로 색칠해지고 있는 근본 이유다.

죄 없는 국사 교과서가 좌우와 보수·진보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와서 친일 청산이나 단죄한다고 나설 수도 없다. 분열과 갈등으로 덜컹거리는 대한민국을 더 깊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나선 것은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화합으로 나아가는 길과는 거리가 멀다. 그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인가. 박정희를 근대화, 산업화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인가. 유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인가. 설령 그렇다 해도 박근혜 정권이 나서서는 안 된다. 배 밭에서 갓끈 고쳐 매는 격이다. 아버지 가슴에 박힌 주홍글씨를 딸이 지우려한다는 의심을 받게 돼있다. 정부 여당 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외치는 것도 웃긴다. 권력에 아부하는 비굴한 모습으로 비친다.

현행 교과서가 좌나 우에 편향됐다 치자. 그래도 정부 여당이 벌떼 같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난 3년간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생각나는 것이라곤 정쟁 하는 모습과 눈치 보는 모습 밖에 없다. 국사 교과서를 한 번이나 들여다보았는가. 그냥 남이 좌편향 됐다니까 나도하고 나서는 것은 아닌가.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같은 줄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따지지 말자. 선진국에는 국정교과서가 없다. 왜 역사를 뒤로 돌리려 하는가.

교과서 집필은 하라고 해도 안하겠다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역사를 정치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여론조사로 국정교과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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