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주/ 전 여성가족부차관

행복幸福! 누구나 바라는 말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생각만 해도 벅찬 감동이 다가 온다. 행복을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돈 없는 사람은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돈 많은 사람 중 행복한 사람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70년대 5천불 시대보다도 28천불 시대인 지금 더 갈등이 많고,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무엇 때문일까?

사랑이 충만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한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책을 보면 소유적인 삶보다는 존재적인 삶이 더 행복을 가져 온다고 한다. 법정스님도 무소유無所有를 강조하면서 버리라고 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행복할까? 필자는 감히 가짜 사랑인 집착을 버리고 진짜 사랑을 충만하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의 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집착執着을 버리고, 사랑을 충만하게 할 수 있을까?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의 하나인 논어論語에서는 사랑의 방법으로 인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사랑이라면 배려의 사랑인 인을 떠올린다.

배려의 사랑은 중요하다. 그러나 배려는 사랑을 베풀어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 간에 평등한 관계가 아니고, 우열적優劣的인 불평등 관계가 있다. 베풀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몇 번 베풀었으면 되지 않았느냐는 인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경제규모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양극화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배려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사랑이라는 말을 쓴다고 해서 다 사랑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치중하는 형식적인 사랑, 머리로만 하는 계산적인 사랑, 지혜가 없는 맹목적인 사랑, 자신의 욕구만 중시하는 집착적인 사랑, 이런 것들은 (상대를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 입장에서 나를 위하여, 내 중심적으로 하는 사랑이다. 그러기에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모르고 하는 사랑이다. 그러면 무엇이 제대로 된 사랑인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상대를 위하는, 곧 상대 중심적으로 생각해서 하는 사랑이 사랑을 알고 하는 사랑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사랑을 알아야 하는가? 왜 사랑을 구별해서 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사고를 저질렀다고 하자. 그것을 바라보는 세 가지의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저지른 대로 갚게 하자는 응징의 시각, 둘째는 좀 두고 보자, 어디 지켜보자는 관찰의 시각, 셋째는 정상을 참작하자는 관용의 시각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평가기준들이 다를까? 사람마다 갖고 있는 사랑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의 수준 차이가 심성의 차이를 만들고, 심성의 차이가 바로 관용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을 알고 사랑을 할 때와 사랑을 모르고 사랑을 할 때는 보는 시각과 수용하는 마음의 넓이가 다르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사랑을 하면 큰 호수나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포용력 있는 마음이 된다. 그러나 사랑을 모르고 사랑을 할 때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다. 우물처럼 좁고 얕은 마음이다. 상대를 수용할 줄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을 알고 하는 사랑인가? 위함의 사랑이 사랑을 알고 하는 제대로 된 사랑이다. (내 입장이 아닌) 상대 입장에서 상대를 위해주는 사랑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양 당사자가 평등한 관계를 갖는 사랑이다.

배려의 사랑과 위함의 사랑은 무엇이 다른가? 배려의 사랑은 내 입장에서 상대를 위하는 방법을 찾는다. 위함의 사랑은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상대를 위하는 방법을 찾는다. 배려의 사랑을 어질 인의 사랑이라 한다면, 위함의 사랑은 사람 인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위함의 사랑은 서로가 평등한 나눔의 사랑으로 발전한다. 베푼다는 배려의 사랑은 몇 번 베풀었으니 이제 되었지 않느냐며 중단되지만, 나누고 상생한다는 위함의 사랑은 끝없이 나누게 된다.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사회적인 갈등과 분열을 줄이면서 대한민국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상대입장에서 상대를 위해주는 위함의 사랑을 시급히 확산시켜야 한다.

남녀노소, 학생, 군인, 위아래 모두가 위함의 사랑을 주고받는다면 온 나라가 아름다운 사랑으로 뒤덮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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