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영광군연합회장

- 불통은 독선을 낳고 독선은 독재를 낳는다 -

지난 1130. 한국과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이 여야정협의체의 보완대책을 전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자유무역협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그 지난했던 정부와 피해산업 대표들과의 협상과정들은 이제 한낮 울리는 꽹과리 같은 텅 빈 메아리로 주변을 맴돌 뿐, 정부 관료들의 신자본주의적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

당장 정부는 한중 FTA를 비준하지 않으면 일 년에 15,000억 원 손해를 보고, 하루에 40억 원의 피해를 본다는 과장된 광고로 국민들을 현혹하면서 국회비준을 몰아붙여 왔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우리 농축산인들은 한-, -EU -호주 FTA FTA로 인한 숱한 어려움 속에서 피해를 받으면서도 입 발린 정부의 피해보전대책 약속만 믿고 버텨왔다.

허나 정작 그들에게서 돌아온 건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묵묵부답의 태도뿐이었다.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약속을 우습게 여기는 정부 관료들과 정치지도자들을 보면서 왜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란 단어가 회자되는지 십분 이해할만하다.

이러다보니 지난 10월 말 농축산업 피해대책을 논의하겠다던 여야정협의체는 기구 조직마저 늦어져 약속했던 10월을 훌쩍 넘겨 지난 1118일에서야 구성되었으며, 모여서 점심 먹은 것도 소화되지도 않았을텐데 작금 30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도대체 여야정협의체에서 논의된 결과는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실제 FTA체결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될 농축산인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피해보전대책조차 뚜렷하게 정해진 바 없이 비준만 먼저 통과하고 보자는 그들은 과연 어느 나라 국회이고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치열한 국제경쟁 구도 속에서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FTA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개방론자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5천만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기간산업이자 국토의 균형 발전과 자연환경 보전 등의 공익적 기능을 담당해 온 농업·농촌의 보호·육성은 국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최우선적 책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FTA로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농업인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정부와 국회가 무겁게 받아들여 정책 개선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국가의 경제발전에 묵묵히 이바지해왔고, 민족의 먹거리를 책임져왔던 우리 농축산인들이 최소한의 보호장치 없이 내팽개쳐지고 홀대받게 내버려 둔 지금 이 시대상황은 그 예전 왕조말기 탐관오리들이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고 일부 간적들과 짜고 백성들의 등을 쳐 먹었던 그 시대와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환장할 세태가 너무도 답답해서 길거리 투쟁에 나선 농민에게 물대포를 얼굴에 직접 쏴버려 사경을 헤매게 하더니 사과는커녕 대통령이란 분이 이렇게 비참한 지경에 몰린 백성들의 몸부림을 보고 IS와 같은 테러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이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이런 정부와 위정자들의 행태가 보기 싫다고 모든 삶의 터전이요, 선조가 물려주신 유토를 내팽개치고 떠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모든 생명의 터가 되는 땅을 버리는 것은 곧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기에 오늘도 땅을 부여 쥐고 몸부림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농사꾼들을 상대로 돈지랄이나 갑지랄을 벌이는 저들의 행태는 불통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을 지나 만 옳다는 독선으로 가득한 오만방자한 집단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역사는 말해왔다. 불통으로 다른 사람 특히 약자들의 아우성에 귀 닫고 눈 감아버린 집권자들은 자기만이 옳다는 고집으로 똘똘 뭉쳐 독선의 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독재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었음을....... 근자의 대한민국을 보면 이런 역사의 수레바퀴를 또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비단 우리뿐이랴! 외국의 언론인들도 우리의 상황을 심각히 여기고 독재자의 딸이 결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며 또 다른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없고 합의할 수도 없는 내용을 합의내용이라고 내놓고는 뒤에서 또 다른 거짓패를 쥐고 우리 농민을 우롱하고 있는 다수당 대표인 김무성의원과 위정자들에게 연민과 안타까움을 표한다. 여야정 협의체의 합의사항이라며 발표했던 내용 - 대기업과 농·수협의 자발적 기부금 조성을 통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피해보전직불제 보전비율 상향 조정, 농업정책자금 금리 일부 인하, 2020년까지 ha 60만원까지 밭농업직불금 인상 등의 조치 - 이 내용도 생존의 칼 끝에 선 농업농촌에겐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건만 다수당의 대표가 한다는 말이 이것 중에 무역이득공유제는 기업인들의 입장에서 준조세라고 강변하고 있다. 정말 저들의 생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농어업인은 다죽어도 좋다는 생각인가 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농민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새삼 머리를 풀고 머리채를 흔들고 싶다.

2015년이 지나가고 있다. 제발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음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2016년 우리의 선택에 하늘의 인도하심이 있길 기도해 본다. 고아와 과부의 기도에 귀 기울이시는 하나님께서 이 땅의 순전한 농사꾼들의 눈물을 닦아줄 그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하면서 내일의 새로운 역사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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