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놀람과 충격 속에 인류의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
지난 3월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테러 등 여러가지로 짜증나는 소식에 시달리고 있던 세계인들에게 그 짜증에서 잠시나마 벗어 날 수 있게 해준 놀람과 충격, 그리고 감동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동시에 가져다 준 달이었다.
속칭 "세기의 대결"이라고 하는 인간(이세돌)과 인공지능(알파고) 사이에 바둑판 하나를 놓고 펼쳐진 대국이 그 것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과학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게 해 준 또 하나의 춘신(春信)이 우리들의 가슴에 신선한 전율을 느끼게 해 준것이다.
그 전율을 느끼면서 사람들은 인간이 승리하기를 은근히 바라면서도 미래에 대한 상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제3국까지는 이세돌의 연패로 마무리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세돌은 비장하면서도 겸손한 멘트를 날렸다.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다."
그리고 제 4국에선 보란듯이 알파고를 이겨주었다.
알파고에게 인간과 똑 같은 감성이 있었다면 그는 이렇게말했을 것이다.
"나의 진화는 계속된다"라고
제5국 이후부터는 이제 그 결과와 상관 없이 무한히 펼쳐질 인간의 또 다른 상력만이 남아있다.
세기의 대결은 사실 누가 이기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 대결이 전 인류에게 새로운 것, 또는 새로울 것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사실만이 더 소중한 가치로 작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기계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면 농업이나 어업 등도 1차산 업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그 종사자들도 화이트칼라로 변신하겠구나. 그런데 모든 산업 분야에서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도맡아 하면 사람들은 무얼 하고 살지?"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이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매이매일 전쟁놀이나 하면 어쩌지?"
상상은 그 정도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그러다 인간이 기계에게 지배를 당하게 되면 그땐 정말 어쩌지?"
그렇게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상상은 단순히 상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머지 않은 날 우리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공포심까지를 동반한다.
현재의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연산 기능에 머물러 있지만 선진 IT업계에선 이미 유전자 공학을 접목해서 인간의 노화 방지는 물론, 인간이 영생을 할 수 있는 목표까지 설정해두고 연구 를 진행하고 있다 한다.
만약에 인간이 영생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
면 어떻게 될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보니 소름이 돋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후의 세계는 또 어떻게 변화 할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온갖 상상이 다시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끝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놀람과 충격의 영원(永遠)성이 우주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그렇다. 인류의 문명은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것이 발견되거나 예기치 않은 변화를 추
구할 때마다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 발견이나 변화는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놀람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가 그랬고, 4.19에 의한 이승만의 하야가 그랬고, 1988년 고르바
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에 의한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가 그랬고,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를 거역하지 못한 노태우 대통령의 6.29 선언에 의한 군부독재의 종식이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놀람과 충격의 영원성이 인류의 생각과 우주 속에 내재되어 있는 한 어떤 상황
에서도 인류의 희망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과학은 우주의 섭리 안에 이미 무한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인간의 능력은 유한한 것이
다. 그리고 알파고는 과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주의 섭리 안에 무궁무진하게 널부러진 과학적 질서나 윈리, 법칙 등을 하나 둘 발견해내는 존재는 신이나
기계가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인간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어지는 것들에 대한 놀람과 충격의 영속성 때문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미래 지향적 삶의 영위가 지속 가능한 것이고,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의 연속선상에서 오늘도 저마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계절은 다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 때문에 그 열정을 견딜 수 없어 몸부림치는 4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