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가는 봄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갖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에

외로운 맘에 그대도 잠못 이루리

김소월의 시 "실버들"이다.

80년대 초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희자매가 노래 불렀고, 희자매는 이 노래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방송국 가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역대 시인들의 작품 중 대중가요나 가곡으로 작곡된 시()는 김소월의 시가 가장 많다.

"개여울",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부모" "진달래꽃"

산유화", "옛이야기"(가곡), "엄마야누나야", "제비", "왕십리"(김흥국 59년왕십리), "못잊어"...등 그렇듯 김소월 시가 노래로 많이 작곡된 까닭은 그의 시가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언어로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 민족 정서에 부합되는 전통 가락인 3.4조나 7.5조 또는 2.7조의 운율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수 있는 까닭은 절대 고상하지 않은 것이며 현학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결코 천박한 감상에 함몰 되거나 어떤 이념의 틀에 경도되어있 않기 때문에 아직도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대중가요로 만들어진 시의 내용처럼 (가사처럼) 사는게 좋다. 혼자만 고상한 척 하지 않고 많은 사람과 정서를 공유하며 한 시대를 서로 소통하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정서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국민들과 똑같이 우리 나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기들만의 세계와 막힌 사고에 갇혀 착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 선출직 자치단체장 대다수가 하나 같이 똑같다.

4.13 총선에서 참패 한 새누리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권력의 자리를 놓고 주도권 싸움에 혈안이 되어있고, 수도권에서 압승한 더불어 민주당이나, 호남에서 압승한 국민의 당 또한 새누리 당과 별 차이가 없다.

총선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유권자들의 간절한 소망과 질책을 자기들 멋대로 또다시 유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며, 더불어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영남에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더민주 후보들이 좋아서 표를 준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에 희망이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선택해준 반사이익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호남에서 압승한 국민의당 역시 각 후보들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 보다는 문재인 전 대표나 김종인 대표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이 일반적인 호남의 정서였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압승하게 해준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김종인, 김홍걸 세사람이다. 그들의 가식적인 사과, 지역정서에 위반된 오만함이 싫어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정신 차려라 새누리당, 착각하지 마라 문재인 . 김종인, 우쭐대지 마라 안철수 . 천정배.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제발 좋아하는 대중가요가 한 곡이라도 있다면 조용히 불러보며 자신을 돌아보라. 그리고 생각하라.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있었던 세가지 형태의 절이 어떤 것이었는지?

새누리당의 읍소와, 문재인, 김홍걸의 호남에서의 큰절은 표를 구걸하는 볼성사나운 절로써 오히려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정성이 없는 것이었고, 선거 기간동안엔 절을 하지 않았지만, 호남정서의 돌풍 속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 되어 지지자들 앞에서 큰절을 올린 순천의 이정현 당선자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공감이 가는 것이

었다.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철옹성 같은 벽을 무너뜨리고 더불어당 후보로 당선된 김부겸 당선자 또한 비굴하거나 거만하지 않음도 주목하라. 그리고 비수처럼 국민들 가슴에 응어리 진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마라.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정치 하려거든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자신의 명예욕에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하라. 그러면 스스로 억지 부리지 않아도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고 국민들이 다 알아서 시켜준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암담하기만 하다.그래도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일 수 있는 까닭은 진짜 진짜와, 가짜 진짜를 구분할 줄 아는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유행가 가사처럼 정치를 하라.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선택 받는다. 대한민국 국민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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