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너무 단단하여 마음들이 비추지 않는 아파트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들립니다. 얼핏 들어 넘기면 아파트 재시공이나 리모델링이라도 하자는 뜻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보다도 더 심각한 이웃 간의 마음의 벽을 뚫자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란 얄팍하여 쉬이 남들에게 훤히 비춰져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단단하게 꽉 막아서 통하지 않는 것도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아파트의 건축구조 자체가 가족단위 위주의 생활공간으로 꽉 짜여져 있다고 하지만, 그건 마음을 주고받는 일상에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쓰는 마음 얼마든지 씀씀이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파트 대 단지의 전체를 다 알고 지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게만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으로 남기더라도 내가 사는 동(), 아니 내가 사는 같은 통로의 이웃들이라도 정겹게, 정겹게 지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내 집 복도에서 같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데도 그 문이 너무도 단단하여 앞집 사람이 한번도 열고 들어올 기회가 없었다면, 이미 마음도 그렇게 단단해서 서로 비춰보지 못했을 것은 뻔한 사실일 것입니다.

앞집사람이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주인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사는 일이 지금은 허다하다고는 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는지는 비춰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웃끼리 버스에서 내려 각자 앞뒤로 서서 가고 가고만 하다보면 몇 날이 지나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같은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게 되면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먼저 간단한 인사만 건네면 마음은 쉽게 열어집니다.

그냥 묵묵히 걸어만 가다가 어디서 어떻게 헤어지는지도 눈여겨 두지 않으니 다음에 만나도 고개가 힘이 가고 몸이 굳어지고 별다른 인사도 없이 또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기 사십니까?” “저는 1405호 삽니다.” 한마디씩만 건네서 마음을 열면 이 마음은 영원히 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말이 없고 같은 층에서도 내리면서 말이 없고 너는 너, 나는 나, 그게 뭐가 대단하여 이렇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보니, 지금 우리들의 세상은 내 이웃이 죽더라도 그 소식을 전파를 타고 온 TV속에서 내 이웃이 죽었구나하고 생각한다니 너무 한 게 아닙니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마는 마음을 열고 서로 정을 주며 산다는 것도 크게 다른 점이 아닐까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서로서로 인사라도 먼저 챙기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이 우리 이웃들은 서로 가깝게 하는 일입니다. 손 틀어잡고 반기는 그런 정도의 인사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목례나 표정이라도 지어서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해봅시다.

내 이웃이 누가 사는지 일부러 챙겨보지 않더라도 날마다 왔다가는 그런 일상 속에서 가볍게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어서 끝내는 더 깊은 정이 들어 형아, 아우야, 언니야, 동생아 하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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