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찌 익어가는 장독대를 보며

너른 뒤뜰엔 크고작은 장독대가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마주치고 장독속엔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가 장맛과 어우러져 발효되면서 한국 사람들의 밥맛과 입맛을 돋우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겐 저장발효식품의 원조라 할 수도 있는 장아찌는 계절의 구분이 없고 지역의 구분이 없이 어디서나 농익은 장아찌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천혜의 반찬으로 입맛이 부족 하거나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특별한 맛을 우리에게 선사 합니다.

아주 예전 학교에 다닐 때 노란 양은 도시락 뚜껑을 열면 한반 60여명의 친구들중 절반정도는 장아찌를 반찬으로 싸오고 그 장아찌 냄새는 거의 동일 하였으며 특별한 장아찌를 서로 나누어 함께 먹는 정은 지금도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특별히 나는 더덕장아찌를 자주 싸가지고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깊은 산에서 오래묵은 커다란 어른 팔뚝 같은 더덕향과 하얀 샤포닌이 배인 더덕으로 장아찌를 담구었고 그 맛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오래 묵어 더 좋은 고추장 단지 속에 깊이 박혀있는 각종 장아찌는 우리집의 가장 소중한 밑반찬이었고 우리 형제들의 도시락을 채워주는 넉넉함 이었습니다.

특히 간장에 담군 들깻잎과 무, 고추 장아찌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가문의 전통이었고 산속에서 찬바람과 더운바람 그리고 겨울철 큰 눈이 장독대를 묻어 놓아도 장아찌의 맛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장아찌는 밥도둑이었고 어떤 반찬보다도 손색이 없는 한국인의 정체이며 저장식품의 대들보였습니다.

산이 많고 겨울이 긴 우리나라는 천혜의 자연풍토와 지역에 산재하는 다양한 식재료로 풍부하게 장아찌를 담구었으며 우리만의 장아찌의 독특한 음식문화는 오랜기간 장류가 탁월하게 발전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장아찌는 염장식품이기 때문에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나트륨 함량이 많아 기피하는 식품이 될 수도 있지만 영양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전통식품입니다.

장아찌는 오랜 기간 저장하여 먹는 식품으로서 영양분이 풍부한 식품이며 숙성과정에서 각종 유기산과 아미노산이 생성됩니다. 그래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건강함 맛을 지켜주는 식품입니다.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유로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이 유로아미노산은 면역체계를 강화 시켜주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아찌는 채소이고 한약의 재료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가 풍부하지 않을 때 겨울철 채소 보강용의 지혜가 있으며, 부족한 채소 영양분을 섭취 할 수 있어 좋은 식품군 중에 하나로 반찬으로서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한약재로 쓰이는 부분을 발효 시키면 약효가 배가된다 라고 기록하고 있음을 주지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재성분이 발효를 통해 몸속에서 완전 분해를 이루어 인간의 몸을 작용하기 쉬운 형태로 바뀌어 주며 몸의 효소력 증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요즘은 저염식이 대세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소금이 몸속에 축적되는 부분이 많아지겠음을 의식 할 수 있지만 저염식으로 만들어 출시되는 장아찌의 종류도 많으므로 잘 선별하여 섭취하면 될 것입니다.

우리주변에 얼마나 많은 장아찌가 있을까요?

, 고추. 가지, 호박, 연근, 도라지, 더덕, 마늘, 마늘쫑, 깻잎, 콩잎, , 오이, 당귀, 북어, 오징어 등 아주 다양하며 장아찌를 담그는 방법도 고추장, 된장, 간장, 식초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함으로 맛의 다양화와 깊은 맛이 으뜸입니다.

장아찌의 유래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아찌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중엽 이규보의<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가포육영좋은 장을 얻어 무 재우니 여름철에 좋고, 소금에 절여 겨울철을 대비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고려 말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1827)에 보면 김치무리를 소금 절이김치, 초절이김치, 장아찌, 식혜형 김치 등으로 부르게 됐다”. 장아찌를 제채(薺菜)’라 했는데, 제는 <주례(周禮)>오제칠온(五薺七蘊)’에서 나온 말입니다.<아언각비(雅言覺非)>(1819)()는 온()의 일종으로 가늘게 썬 것을 초와 장에 섞어서 생강과 마늘을 가늘게 썰어 양년을 넣고 버무린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것도 후에는 김치무리로 기록돼 있습니다.

200여 가지의 장아찌가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하여 우리 조상들의 저염식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슬기와 그 가짓수에 놀랄 따름입니다.

요즘 농촌에는 마을기업으로 반찬사업을 많이 권장하여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함으로서 충분한 검토와 타당성 평가없이 우후죽순으로 지원금을 받아 마을반찬기업을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고만 보자는 이런 모습이 지나친 경쟁으로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단순한 형태의 장아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또 다른 부실화로 불신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움을 금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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