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문/ 굴비골농협 조합장

김영란법 제정으로 청렴수준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입법 예고되어 928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의 숙고 끝에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공직자의 청렴수준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하며 부정부패와 청탁이 없어지고 편법과 억울함도 없는 맑고 건전한 대한민국을 지향합니다.

아무리 좋은 법 취지라 해도 농어민 등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다면 그 부작용으로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하지만 법 자체의 정당성과 명분을 백번 이해한다 해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확대되어 시행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충분합니다.

또한 처음 논의 되었던 이해충돌방지법의 내용들이 상당부분 제외되면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자 했던 법 본래의 목적이 희석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인 농어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농수축특산품이 마치 부정부패의 주된 원인처럼 인식되어 현실적으로 농수축산 등 소상인들의 실물 경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은 불을 보듯이 자명한 일입니다.

명절 선물은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우리만의 미풍양속입니다.

추석과 설 등 민족 고유의 명절에 농어민이 수확한 과일이나 수산물, 한우 등의 선물로 정을 나누는 것은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우리만의 특별한 미풍양속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 외국의 경우와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고 있지만 문화와 풍속이 다른 국가들과 절대적인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굴비를 비롯하여 한우·인삼 등 농축수산물은 이러한 고유 명절에 주로 소비되는 품목으로써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이러한 미풍양속은 점차 사라질 것이며, 그 명맥이 유지된다 해도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가 범람하여 전통적인 특산품들은 깊은 침체에 빠져 들 것입니다.

수급 상황과 주변 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에 일괄적으로 5만 원 상한선을 적용한 것은 잘못입니다.

대한민국 으뜸 특산품인 영광굴비는 최근 몇 년 동안 원재료인 조기 가격의 폭등과 최근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수산 신선식품의 경우 공산품과 달리 수급 상황 등 주변 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 요인이 많음에도 일괄적으로 5만원 상한선을 규정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굴비업계를 비롯한 농수축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생존권을 걸고 김영란법의 합리적인 개정을 촉구합니다.

현재 영광에는 법성포 500여개, 영광읍에 20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굴비업체가 영업 중입니다.

굴비산업의 침체는 700여개의 굴비업체 뿐만 아니라 영광군 수협과 농협, 영광군의 중요한 특산품인 천일염 소금, 200여 명의 엮거리 종사자, 친환경 굴비끈, 포장재 유통업체, 택배, 화물, 음식점 등에 이르기까지 관련 부대사업에 도미노식 불황으로 이어져 영광군의 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김영란법의 폐지가 아닌 시행령의 합리적인 개정을 요구합니다.

굴비를 비롯한 농수축 특산품을 마땅히 예외규정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현재 예외규정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들과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공적인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물며 서민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농수축특산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시행령입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시행령이 도리어 독이 되어 서민경제가 더더욱 고통 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천 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 특산품인 영광굴비를 모두가 하나된 마음과 행동으로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고향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굴비의 명성과 전통을 계승하려는 목표 때문입니다.

산지 원재료의 폭등과 값싼 수입 수산물의 범람에도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고 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급변한다 해도, 잘못된 시행령으로 천 년을 이어 내려온 영광굴비의 명성과 그것을 지켜온 주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에 우리는 김영란법 시행령에 굴비를 비롯한 농수축특산품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두는 것은 물론이며 산지 원재료값 안정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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