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입견이 있다. ‘매우 어렵다’와 ‘매우 쉽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2년 안에 혹은 5년이 지나가면 대부분 마케팅 성공사례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해지고 이미 다른 트렌드와 상품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 원론에 의한 접근보다는 ‘그때그때 달라요’식의 임기응변, 혹은 혁신적 접근만으로 생존할 수 있다.
한때 검은콩 바람이 그랬다. 두유시장의 몰락과 흰 우유들의 축소, 흰 우유의 소비 축소는 그 동안 우유 리더인 서울우유에게는 치명적인 시장 붕괴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두유시장은? 원래는 니치시장으로 철저한 우유의 열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보완하여 시장을 단단히 구축했다. 그러나 같은 ‘두유’지만 ‘검은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의해서 두유시장 자체가 거대 통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검은콩의 포지셔닝과 맛을 점령한 브랜드가 새로운 이 ‘콩 우유’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케팅에 스프링벅 마케팅이란 것이 있다. ‘스프링벅 현상’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스프링벅 무리 중 한 놈이 뛰기 시작하면 옆에 녀석이 뛰고, 그 옆에 녀석이 따라서 뛰고 다른 무리도 뛰고 그래서 결국 절벽이나 강에 떨어져 죽게 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간단한 이유다. 자기 앞에 있는 달콤한 새싹 때문이다. 남들보다 먼저 먹기 위해 뛰고 그러면 그 뒤에 있는 녀석이 앞서 가고 이러다가 보면 정신없이 계속 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뛰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콜라가 탄산음료시장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웰빙 때문에 밀려난 것이다. 모두 경험했겠지만,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진원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지만 ‘잘 먹고 죽으면 귀신이 되어도 때깔도 좋다’는 ‘잘 먹자’의 강박관념은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가치 기준을 만들었고 결국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성육신되어서 결국 ‘웰빙 콩나물’이 되어 풀무원이라는 웰빙 식품 대표 기업을 만들어 냈다. 그 후에도 모든 기업의 상품에는 대부분 ‘웰빙’이 들어갔다. 그냥 수식어로 사용되어졌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어디로 뛸 것인가? 선두 브랜드가 시장을 만들면 삽시간에 미투(me too) 브랜드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결국 선두 브랜드가 가지는 시장 창조의 이점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우리나라 마켓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 실행방법론중에 스프링벅 마켓에서의 성공 마케팅 노하우의 개념만 전달하면, 의류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스프링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다른 브랜드의 옷을 카피하는 것을 나름대로의 실력(?)으로 인정할 정도다. 이엑스알(EXR)이라는 브랜드가 그랬고 다른 분야에서는 비타500이 그랬다.
‘최고의 아첨은 모방,’ 미투 브랜드를 하나의 모방 브랜드 및 유치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장 리더십이며, 그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 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 초기에 박카스에 위협적인 타격을 주면서 마시는 비타민시장을 만든 비타500. 결국 리드 브랜드는 카피 브랜드들과 또 다른 시장 파괴 브랜드와 싸워야 한다. 모방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마케팅하기 편한 시장이 한국이고, 신시장을 만들고 리드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마케팅하기 어려운 시장이 바로 한국이다.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을 개발하기 전에 근본적인 차별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 및 브랜드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학력위주 사회가 그렇고 스펙위주 사회가 그렇기에 누구나가 권력에 기대고 알음에 기대는 사회, 무엇가를 베끼고 따라가야만 하는 스프링벅 법칙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 법칙은 일단 베낀다. 그래서 단지 지금의 매출을 달성한다. 브랜딩도 그리고 브랜드 구축이라는 개념도 별반 없다. 아마 이 스프링법칙은 우리나라의 기업인과 마케터에게만 존재하는 특이한 바이러스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때가 있다. 자신의 인생이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고 해서 결코 조급해 할 필요가 없고, 의미없는 비교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 아름다운 꽃이 수 만 가지가 넘은 것처럼 각각의 꽃은 피어나는 시기가 조금 다를 뿐 그 화려함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인생은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로 향하는 지가 중요하다. 조급해 할 것 없이 확고한 방향을 가지고 천천히 묵직하게 나아가는 것이 곧 이기는 방법임을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