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요즘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측정 이래 가장 강했다는 이번 지진은 리히터 5.8을 기록하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예외는 공포를 모르는 대통령이었고 심각하지 않은 곳은 지상파를 비롯한 신문 방송이었다.
여기에 정확히 일주일 후 같은 시간대에 찾아 온 규모 4.5의 강진을 여진으로 치부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이번 지진으로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거리로 뛰쳐나왔고 실재 다보탑을 비롯한 많은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누구도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통 큰 대통령은 지진 직후 담화에서 주제를 ‘북한을 용서 하지 않겠다.’는 도발성 발언으로 채웠다. 규모가 자그마치 5.8이다. 우리 원전들의 내구력은 6.5에 맞춰져 있지만 노후 된 몇 기들은 정말 취약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대통령도 알고 우리도 안다. 그런데 국민의 안보를 책임져야할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절대적인 불안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북한의 핵실험을 응징하겠다는 비분의 발언만 반복했다. 당장 무서운 것은 북한의 핵이 아니라 경주 일대에 집중된 우리의 핵이란 것을 에둘러 외면한 것이다.
원전이 밀집된 고리와 월성에 최근 지진이 집중적으로 증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공포스럽지만 누구도 심각성을 말하지 않는다. 2007년부터 10년 사이에 측정된 건수가 모두 63회에 달하고 특히 해마다 한 두 번이던 지진이 최근에는 5~7건으로 대폭 늘었다. 고리지역은 2011년 4회, 2013년 6회, 올해는 7회로 계속 증가세고 월성은 2013년 6회, 2014년 5회에 이어 올해는 벌써 7회다. 이번 중심지였던 경주는 2014년부터 해마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사실이 이런데도 정부와 대통령은 대책은 부재요 관심은 내년 대선이다.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재난에는 정부가 없을 것이다. 국민은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에 첫 발을 내딛으며 세상을 향해 공표했던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라는 구호만 현재 진행형이고 국민의 안위와 행복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기에도 허망한 박정희 우상화 사업은 힘차게 가동하고 있다. 4.19에 피로 이룬 민주화를 군화발로 뭉개버린, 황국의 군인이며 공산당의 핵심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건설에 785억, 생가 복원에 286억, 기념도서관 건립에 208억, 기념공원 조성에 297억 등 14개 분야에서 1900억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우정사업본부는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60만장을 내년 7월에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기는 충성 사업으로 서울 중구청은 1년 복지예산 30%인 300억을 할애하여 박정희가 3년 거주했던 신당동의 주택을 공원으로 조성해 5.16군사 쿠데타 음모 장소를 기념할 계획이다. 특히 구미시와 철원, 카이스트에 동상을 세워 우상화를 본격화 하고 있으며 구미시에 세워진 동상은 높이가 5m나 된다. 지역민들은 동상에 참배까지 하고 있으니 김일성 우상화를 비웃을 일이 없어졌다.
여기에 1962년 국가재건회의 의장 시절 하루 머물렀던 울릉도의 관사 복원에 12억, 일제에 혈서로 충성을 서약하고 군관 학교를 가기 위해 3년 머물렀던 문경시 소재 하숙집을 복원 하는데 17억 등 끝이 없다. 지자체들이 진심으로 기리는 사업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재 대통령은 그의 딸이다. 이른바 충성 맹세인 셈이다. 북한의 삼대 세습 독재자들을 기리는 방법과 너무나 닮아있어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부의 당사자들은 적극적이고 절실하다.
정부는 최우선의 관심을 국민의 안위에 두어야 한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던 경주의 지진은 국가의 존망을 다툴 수도 있었다. 아니 진행형이다. 엊그제 지진을 여진으로 보지 않고 전진으로 보는 학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난 문자도 두 번째는 더 늦게 발송했다. 메르스와 세월호, 경주 지진의 어디에도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는 없었다. 이제 국민은 스스로 재난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