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미국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1955)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된 리플리 증후군을 아는가?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매력적이고 야심만만하며 도덕관념도 부족한, 때로는 극단적인 폭력성까지 보이는 조현병(정신 및 행동 장애, Schizophrenia) 환자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상류계급에 대한 질투와 성적 욕망도 가지고 있다. 그의 반항적인 행동을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볼 수도 있고, 부르주아적 야심과 억눌린 욕망의 표출로 볼 수도 있다. 톰 리플리는 자신의 친구이자 재벌의 아들, 부유한 사교계 명사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게 된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의 행동은 완전 범죄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작금의 시대상황을 보면서 리플리 증후군이 세간에 주목을 받는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실제로 소설 속 주인공인 톰 리플리와 유사한 말과 행동을 하는 실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리플리 증후군이 20세기 후반부터 정신병리학의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리플리 증후군을 의학계에서는 '공상허언증' 또는 '공상적 거짓말'이라고 부른다. 공상허언증이란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리면서도 자신도 철썩 같이 믿는 증상으로 병적 거짓말중 가장 극적인 형태를 의미한다. 한편, 심리학분야에서는 리플리 증후군과 같은 행태를 작화증또는 말짓기증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

이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허구의 상황을 만들어 내거나 사실에 근거가 없는 일을 말하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용어들이 나타내는 증상은 리플리 증후군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리플리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행태가 개인의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리플리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들이 존재한다. 한 가지 원인으로 분석 되는 사항은 성취욕이 큰 사람들이 사회, 환경적인 제약으로 자신의 욕구를 실현 시킬 수 없을 때 열등감과 피해 의식을 충족시키고자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어떤 이유로 인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에 발생된다는 점에서 시대 혐오현상이 만든 사회병()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리플리 증후군은 보통 무능력한 개인이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시작된다. 욕망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주변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 때문에 새로운 세계속에 갇혀버리는 개인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정신의학전문의에 따르면 이런 병적 거짓말 증세가 있는 사람은 어린 시절에 육체적, 성적 학대를 당했거나 문제가정에서 자랐을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또한 충동적인 행동을 많이 하고 자존감이 낮으면 난독증과 같은 대뇌기능장애 증상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을 러시아 황실의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한 애나 앤더슨, 1918년 러시아 혁명 당시 살해됐다고 알려진 아나스타샤가 실은 생존해있고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있었다. 애나 앤더슨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실제 아나스타샤의 외모와 흡사했고 황실의 내막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실제로 아나스타샤라고 믿었지만 2007DNA 분석 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리고 몇해 전,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 6년여 동안 명문대 신입생 행세를 한 신입생 엑스맨, 스탠포드 하버드 동시합격 김양, 스위스 국적의 미모의 국제재무사 행세를 해온 여성 재무전문가 안씨, 그 밖에도 30여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 음대생으로 살고 싶었던 30대 임신부의 사연, 실업계 고교 출신인 자신이 연세대에 들어가 삼성 SDS에 특채로 채용되기까지의 사연을 펴내 청년 멘토라 불리던 김씨, '의사이자 재벌가 며느리' 거짓 인생 살아온 주부 등 리플리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 사례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리플리 증후군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다른데, 자신이 생각한대로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믿고 행동하는 특징이 나타난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자신도 거짓말에 무너져 버릴 수 있다. 현대인들의 정신병적 소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생각의 장애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섬김과 배려가 있다면 현대인들의 문제의 출발인 개인적인 특징과 환경적인 특징을 효과적으로 다뤄, 보다 안정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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