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요즘 정치판을 보면 회의감이 든다. 바르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나라보다는 당리당략을, 당보다는 자신의 이권을 우선으로 하는 모습이다. 표를 구걸하는 시기가 오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외치지만 일단 선출이 되면 국민은 뒷전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인으로 돌변한다. 사법시험의 목적이 권력이고 의사고시의 목적이 돈과 명예라면 우접으로 사는 사회는 이미 병들었다. 여기에 선출직들의 국민 사랑이 순전히 권력을 위한 목적이라면 나라의 존립이 위험해진다.

학자들은 흔히 국가 최대의 적은 언론과 교육이라고 말한다. 언론이 망가지면 정치가 썩고 교육이 망가지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50대 이후의 나이라면 편향적인 세뇌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이다. 백원짜리 동전을 앞면의 백원만 씌었다고 배웠지 뒷면의 세종임금 용안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동전에는 백원만 씌어있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절반이다. 뒷면의 세종 용안은 스스로 배워서 알아야 무식을 면한다. 세뇌적 교육에 더해지는 시험이라는 제도는 친구들을 이기지 못하면 패배자라는 강박관념을 심어 유치원 때부터 경쟁의 옥타곤으로 부모가 자녀들을 스스로 몰아넣는다. 여기서 인성은 찾을 수 없다. 어쩌다 우리 교육이 이렇게 인본을 벗어나고 말았을까. 바른 마음과 배려, 역지사지를 기본으로 하는 자식 교육은 차라리 불안한 세상이 되었다. 배려는 인성을 무시한 경쟁사회를 이겨 나가는 가르침이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교육은 인간이 중심에 있었다. 국가고시의 기본이 되는 과거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람 되는 방법에 관해 시험을 쳤다. 사서삼경의 가르침이 그랬고 필수 외로 배우는 노장은 가장 잘 사는 방법을 적어 놓았다. 그래서 과거를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인간 중심의 도덕을 익히고 삶의 지혜를 배웠다. 오직 이기는 방법만을 사설교육까지 동원해서 주입시키는 요즘 교육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윤리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인성을 무시한 경쟁식 교육은 외에는 없다. 어려서부터 부모도 오직 나만을 위하고 생활도 나 위주로 돌아가니 세상의 중심도 나고 부모도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가 결정할 일도 없고 내가 걱정할 일도 없다. 부모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온통 남을 이겨야 산다는 가르침뿐이다. 그래서 판검사도 정치인도 도덕과 사회정의는 뒷전이고 대다수가 권력지향형이다. 세상이 온통 시험만 잘 보면 출세하는 구조로 바뀌어버렸다.

논어 위정편 첫 구절에 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모든 별들이 북극성을 따르는 것과 같다.” “시경에 있는 300편의 시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思無邪)’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위정자가 덕으로 정치를 하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동화되어 따르고, 생각에는 거짓이 없어야함을 강조한 말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행실은 덕이 아닌 거짓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고달픈 것은 바로 백성들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남 말하듯 하고, 성의껏 조사를 받겠다던 말을 불과 며칠 만에 치매 환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는다. 초등학생도 부끄러워 이런 말 뒤집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제1야당 대표는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삼보일배로 빌고 당대표에 오르자 전두환을 만나겠다는 이해가 힘든 행보로 지탄을 받더니 급기야 100만 국민이 촛불로 만든 밥상을 혼자 먹자고 덤벼드는 추태를 보였다. 판단력에 문제가 있거나 공명심에 눈이 어두운 결과일 것이다. 공주로 자란 사람들의 공통된 단점이다. 이들에게 일관성은 또 있다. 덕이 부족하고 윤리적 판단력의 결핍이다.

원인은 인본교육의 부재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사라져버린 사람 만드는 가르침은 심각한 사회적 기형을 부추기고 있다. 종교 지도자도 욕심을 내려놓을 줄 모르고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 국가라도 팔 기세이다. 판검사는 권력에 판단력을 포기했고 고위 관리들은 실세에 붙어 눈치로 단물을 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올바른 교육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바르지 못한 교육은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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